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은퇴 후 인생이 길어지고 있다.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직장인은 76%에 육박하고,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12.5%를 기록했다. 평생직장의 꿈은 무너진 지 오래고,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져만 가는 가운데 개교 이래 94%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직업훈련 교육기관 ‘경기도 기술학교’가 눈길을 끈다.
경기도의 지원으로 일체가 무료로 운영되는 이곳은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특수용접, 자동차정비, 첨단기계, 전기에너지, 컴퓨터시스템 5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경기도 기술학교에서는 고등학생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배경과 연령층의 사람들이 한데 섞여 기술을 배운다. 특히 직장생활 중 야간 수업을 들으며 직무능력 향상을 꾀하거나, 은퇴 이후 인생 이모작을 계획하는 사람 등 중장년층들의 배움 열기가 높다.
사회에 곧 첫발을 내딛을 청년들부터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그들의 기름때 묻은 작업복에 담긴 뜨거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경기도 기술학교에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입학한 청년들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기술을 공부하는 회사원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첨단기계과의 김민섭 씨는 직장에서 구매/관리의 일을 맡고 있지만, 현장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학교에 지원했다. 그는 기술 교육을 받는 시간을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다.
특수 용접과의 여학생 46세 최경란 씨는 과거 교직에 종사했으나, 은퇴 후 미래를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다른 직종에 비해 취업도 잘되고, 급여도 높은 ‘특수용접’을 택했다. 과거 3D직종으로 인식되어 기피했던 특수용접은 올해 6: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해야 했을 만큼 인기가 높은 직종이 되었다.
공부를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우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제 어려울수록 기술부터 배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나만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확실한 스펙이자 희망이 된다.
자동차 정비학과의 60세 문동주 씨는 퇴직 후 아무 일도 없이 늙어 가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기술학교에 지원했다. 학기 초, 기름때 묻은 그의 손을 보고 속상해 하던 가족들도 이제는 아버지의 도전을 응원하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경기도 기술학교는 그에게 인생 2막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발전소 같은 곳이다.
젊은 친구들의 빠른 키보드 손놀림 사이로, 일명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는 59세 박정순씨.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업인지라 아들뻘 되는 다른 동기들 보다 2~3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간신히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는 조금 느릴지라도 언젠가는 이 기술이 꼭 내 것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즐겁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남은 인생이란 견뎌내야 할 막막함이 아닌 자신을 발전시킬 유용한 자산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