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원 일파의 호통에 칼을 던지고 이방원의 말 앞에 꿇어앉아 “예전에 공(公)이 이미 나를 살렸으니 지금도 또한 살려주소서”라고 빌었다. 그러나 이방원은 “네가 조선의 봉화백(奉化伯)이 됐는데도 도리어 부족하게 여기느냐? 어떻게 악한 짓을 한 것이 이 지경에 이를 수 있느냐?”라며 그의 목을 베게 했다.
그러나 이는 ‘승자의 역사’다. 김진섭 동국대 만해마을 교육·기획부장은 “야사(野史)에는 정도전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시 한 수 쓰게 해 달라’면서 품에서 지필묵을 꺼내 시를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정도전의 문집인 ‘삼봉집’에는 그가 쓴 절명시 ‘자조’가 나온다. “양조에 한결같이 공력을 다 기울여 서책 속 교훈을 저버리지 않고 떳떳이 살아왔네. 삼십 년 긴 세월 쉬지 않고 이룬 공업, 송현방 한잔 술에 모두 허사가 되었구나.(操存省察兩加功 不負聖賢黃卷中 三十年來勤苦業 松亭一醉竟成空)”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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