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시집 와 해녀의 삶을 살아가는 일본인 하루나는 이중 삼중의 고충에 고스란히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는 기본으로 깔려 있고, 해녀라는 직업적 낯섦과 어려움은 두 번째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해방 70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이건만 한국과 일본의 현대사는 갈등과 충돌, 분노와 슬픔의 역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나의 좌충우돌 해녀 도전기가 단순한 해녀 도전의 역경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KBS 1TV에서 30일 밤 7시 30분 방송하는 ‘이웃집 찰스’에서 하루나는 선배 해녀들과의 대화 도중 한·일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난처한 기색을 피할 수 없었다. 막내 해녀답게 선배 해녀들의 우뭇가사리 건조 작업을 도우며 이런저런 수다꽃을 피우던 중 선배 해녀들은 일을 하며 수다를 떨던 중 해녀의 원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를 가지고 언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한 번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제주 해녀 항일운동에서 독도 영토 분쟁까지 이어진다. 결국 한 해녀는 직접적으로 “일본 사람들 나빠”라고 소리친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해녀회장은 조심스럽게 “싫지? 이런 말하니까?” 하고 하루나에게 물었고 하루나는 “괜찮아요. 하도 많이 그런 거 (경험해서)”라며 애써 미소 지어 보였다.
한국인 남편과 세 아이를 둔 일본인 엄마로서 한·일 역사에 관한 민감한 주제가 나오면 선뜻 자기 주장을 하기 힘들다. 물론 그는 대학 시절 일본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시위에 동참한 적이 있으며, 한국 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한국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서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