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어린이·청소년 출연 TV 프로그램 내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에서 방송된 어린이·청소년 출연 프로그램 149편을 분석한 결과 31.5%인 47편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문제점을 유형별로 보면 어린이나 청소년 연기자가 ‘정신적 충격을 주는 장면에 출연’한 경우가 34.0%인 16편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편견에 근거한 차별이나 무시’ 12편(25.5%), ‘외모지상주의’와 ‘성인 관점에서의 프로그램 진행’ 각 6편(12.8%), ‘성(性)적 대상화’ 4편(8.5%),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받는 장면 출연’ 3편(6.4%) 등 순이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는 ‘편견에 근거한 차별이나 무시’ 10편, ‘성인 관점에서의 프로그램 진행’ 5편, ‘성적 대상화’ 4편, ‘외모지상주의’ 3편 등 총 21편에서 문제가 지적됐다.
드라마는 13편에서 ‘정신적 충격을 주는 장면 출연’이 나왔다. 교양정보 프로그램은 ‘외모지상주의’ 3편, ‘편견에 근거한 차별이나 무시’와 ‘정신적 충격을 주는 장면 출연’ 각 2편 등 13편이 문제였다.
보고서는 SBS ‘육룡이 나르샤’의 경우 육룡 중 한 명인 이방원이 어린 시절 세도가인 이인겸 집에서 여성들이 돼지에 젖을 주는 모습을 목격하는 장면을 ‘정신적 충격을 주는 장면 출연’의 사례 중 하나로 지적했다.
‘편견에 근거한 차별이나 무시’의 사례로는 육아 프로그램인 KBS1 ‘엄마의 탄생’에서 출연자인 14개월 여아에게 ‘여자라면 외출 전 꽃단장은 필수’라고 하고, 6개월 된 남아에게는 ‘웬만해서는 울지 않는 상남자’라는 자막을 내보낸 것을 꼽았다.
TV조선 ‘난생처음’에서 6살 여아 출연자에게 ‘바라만 봐도 눈이 부시다’ ‘청순 미녀의 대반전’ 등의 자막을 사용한 사례 등은 어린이·청소년에게 외모지상주의적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어린이·청소년 출연 프로그램 약 10편 중 7편은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고, 오후 8시 이후 시간대에 방송된 점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어린이·청소년 출연 프로그램의 내적·외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어린이·청소년 인권보호에 대한 재교육, 사전규제·자율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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