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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드라마 ‘셜록’ 작가 모팻 인터뷰… “원래 모습대로 복원 노력” “세계적 인기 아직도 얼떨떨”

“나는 사무실을 떠나 있을 시간이 없어. 더구나 한국 선거 기간에는…”

영국 정부에서 일하는 한 중년 남성이 어느날 사립탐정에 도난당한 기밀 미사일 설계도를 회수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본인이 직접 나설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댄다.

셜록
영국 BBC 드라마 ‘셜록’ 시즌1의 세번째 에피소드 ‘위대한 게임’에서 그 정체가 ‘영국 정부 그 자체’인 마이크로프트 홈스가 자칭 ‘자문 탐정’인 동생 셜록을 만나 사건을 의뢰하는 장면이다.

”마이크로프트는 강력한 사람이고 세계의 중요한 일들을 주무르는 캐릭터로 설정돼 있기에 한국, 즉 영국에서 굉장히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대사”라는 게 드라마 ‘셜록’ 작가인 스티븐 모팻의 설명이다.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SDF) 참석차 서울을 찾은 모팻과 ‘셜록’ 프로듀서인 그의 아내 수 버추를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스스로 ‘셜록 홈스의 열정적인 팬’이라고 밝힌 모팻은 본인 설명처럼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드라마가 큰 인기를 누리는 데 대해 “한국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이 매우 놀랍고 정말 기쁘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모팻에게 첫 질문으로 추리소설의 고전인 ‘셜록 홈스’를 21세기에 드라마로 만들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셜록 홈스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셜록 홈스는 1891년 런던에서 간행된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매우 현대적이고 흥미롭고 젊은 남성”이었으나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빅토리아 시대의 유물 같은 존재로 인식돼 버렸다”는 게 모팻의 지적이다.

모팻은 “그래서 셜록 홈스를 지금의 현대적인 세팅에 놓으면 다시 원작에 가까운 현대적인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팻을 비롯한 제작진의 이러한 구상에 따라 셜록 홈스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아이폰을 쓰는 현대판 탐정으로 재탄생해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모팻은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셜록 홈스를 이성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높여 본다는 점”이라면서 “그는 이성적인 면도 있지만 매우 인간적인 면도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작에서도 셜록 홈스는 술을 잘 마시고 담배 피우고 성질을 부리고 감정적인 사람으로 등장한다”면서 “우리는 셜록 홈스가 술에 취한 모습으로 나오게 하기도 했는데 그건 셜록 홈스가 지금껏 영상에서 그렇게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셜록’은 지금껏 3개 시즌, 9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 셜록이 친구이자 동료인 존 왓슨과 동고동락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성장극’이라는 평가도 있다.

모팻은 “원작에도 그렇게 의도돼 있지만 셜록 홈스는 처음에는 냉혹하고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등장했다가 따뜻하고 흥미롭고 영웅적인 캐릭터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애청자들이 ‘셜록’에서 또 함께 주목하는 것은 ‘존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셜록-존 커플의 미묘한 관계다.

모팻은 존록 커플에 대해 묻자 웃음을 터뜨리면서 “셜록과 존 사이에 수세기 동안 로맨틱한 관계는 전혀 없었다. 그건 전적으로 사람들이 만든 생각이다. 그런 상상에 대해 전혀 반대하지 않고 존중한다”고 답했다.

’셜록’은 영국에서 편당 1천만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지켜봤고 180개 나라에 수출됐다. 이러한 세계적인 성공의 최고 수혜자가 셜록 홈스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모팻은 컴버배치에 대해 “드라마 제작 당시만 해도 컴버배치는 좋은 배우였지만 사람들이 스타로 인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컴버배치가 출연한 영화 ‘어톤먼트’를 보면서 저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면서 “셜록의 모습과 컴버배치의 모습이 굉장히 닮았다”고 덧붙였다.

모팻은 원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꼽아달라고 하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눈을 반짝거리며 ‘얼룩 끈’(Speckled Band)을 꼽았다.

’얼룩끈’은 셜록 홈스가 의붓딸을 살해하려는 로일롯 박사의 음모를 막는 내용으로 아서 코난 도일 자신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팻은 “’얼룩끈’은 플롯 면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소설로서는 최상이라고 느꼈다”고 찬사를 보내더니 이내 아내와 ‘얼룩끈’을 드라마로 제작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즉석 논의를 하기도 했다.

모팻에게 애청자들의 초미 관심사인 ‘시즌 4’를 언제 볼 수 있을지를 물었다. 일부 외신에서는 컴버배치 등 일부 배우가 촬영에 회의적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팬들을 낙담케 하기도 했다.

모팻은 컴버배치가 출연하지 않을 경우 대안이 있느냐는 물음에 “나?”라고 농담을 던졌다가 이내 “일단은 계속 진행할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캐스팅은 절대로 새로 하지 않을 거다. 새 캐스팅은 말도 안 된다”면서 “베네딕트와 (존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이 없는 셜록 드라마는 없다고 보면 된다. 베네딕트와 마틴이 하고 싶어할 때까지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팻은 “셜록 홈스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든다고 해서 히트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우리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세계적 스타급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서 매우 놀랐고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털어놓았다.

모팻은 22일 SDF 기조연설자로 나선 데 이어 한국방송작가협회와 SBS 문화재단이 주최한 한국방송작가 마스터클래스에서 성공하는 글쓰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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