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주인공 휴 글래스를 연기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SAG 시상식에서 영화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SAG상은 미국 배우조합이 주관하는 상으로, 아카데미상의 배우 부문 수상자의 강력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21차례 열린 SAG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못 받은 경우는 2001∼2004년 네 차례밖에 없었다.
2005년 이후부터 11년간 SAG 수상자가 오스카상까지 거머쥐었다.
오스카상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상으로 알려진 골든글로브보다 적중률이 더 높다.
SAG상이 도입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비교하면 골든글로브는 배우 부문 수상자를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로 두명씩 선정함에도 6차례나 남우주연상이 아카데미상과 어긋났다.
SAG상이 아카데미상의 배우 부문 지표가 되는 것은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 때문이다.
SAG상은 임의로 선정된 SAG 소속 배우 2천100명이 각 부문 후보자들을 선정하고 전체 회원이 수상자 선정 투표에 참여한다.
아카데미상 후보자는 배우, 감독, 촬영감독 등 각 직능에 소속된 회원이 후보자를 선출하고 현역에서 활동하는 회원이 수상자를 선정한다.
SAG 소속 배우의 상당수가 아카데미 회원이므로 결국 같은 사람들이 SAG와 아카데미 배우 부문의 수상자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므로 수상자 결정권자가 겹치지 않는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아카데미상 후보자로 4차례 올랐다가 번번이 수상에 실패해 ‘오스카 징크스’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는 한번도 SAG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길버트 그레이프’(1993)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어니’ 역을 연기해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는 조연상이었다.
이때는 SAG상이 제정되기 이전이었고, 골든글로브조차 받지 못했다.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가 골든글로브와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바스켓볼 다이어리’(1995), ‘로미오와 줄리엣’(1996) ‘타이타닉’(1997)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디캐프리오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의 두번째 작품인 ‘에비에이터’(2004)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디캐프리오는 이해 골든글로브상까지 받아 첫 수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정작 상은 ‘레이’의 제이미 폭스에게 돌아갔다. 당시 SAG도 제이미 폭스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의 세번째 도전은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였다.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하는 용병 출신의 대니 아처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으나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에 밀렸다.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을 연기한 포레스트 휘태커는 당시 골든글러브, SAG상뿐 아니라 각종 비평가상을 휩쓸다시피했다.
최근의 실패는 다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작업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였다.
골든글로브는 드라마 부문에서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에게, 뮤지컬·코미디에서는 디캐프리오에게 상을 주었으나 SAG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몸무게를 21㎏이나 줄이며 호연을 펼친 매튜 맥커너히에게 돌아갔다.
올해 오스카상 도전에서 디캐프리오에게 조짐이 좋다.
‘레버넌트’에서 부상한 자신을 버리고 자식까지 죽인 동료들에게 복수하려고 추위와 굶주림을 뚫고 머나먼 여정을 떠난 미국 개척시대 모험가를 사실감 있게 표현해 골든글로브에 이어 SAG까지 받았다.
4전5기 오스카상 도전사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온 듯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