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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로 한국영화 최초 단편 부문 최고상..칸영화제 두 번째 초청받아

한국에서 온 30세 젊은 감독이 칸영화제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제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Safe)가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송일곤 감독이 단편 ‘소풍’으로 1999년 칸영화제 단편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이 단편 부문 수상 이력의 전부다.

단편 부문은 본상 시상의 한 부문으로, 이름이 장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같을 정도로 영화제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수상 목록에서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보다 위에 이름이 오른다.

문 감독은 폐막식에서 첫 번째 순서로 시상하는 단편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올랐다. 그보다 앞서 특별언급상으로 다른 두 감독이 이름이 불릴 때만 해도 수상을 예상치 못한 기색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돌돌 말린 상장을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객석에서는 한국에서 온 이 젊은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는 2011년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작품인 단편 ‘불멸의 사나이’(Finis Operis)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데 이어 두 번째로 칸에 입성해 수상의 영예를 안는 쾌거를 이뤘다.

문 감독은 수상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얼떨떨하다. 내가 상을 받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상에 대한 욕망을 완전히 버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는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9편 중 가장 사회성이 짙은 작품으로 평가됐다.

다른 경쟁작들이 인간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치중한 반면, ‘세이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구 없이 궁지에 몰리는 어두운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13분 분량의 이 짧은 영화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여대생이 가불금을 갚기 위해 사람들이 환전을 요구하는 돈의 일부를 몰래 빼돌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대생은 이 좁은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상황은 오히려 그녀가 예상치 못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현대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거대 금융 자본이 사람들이 맡기는 돈을 굴려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려 하다가 결국 파산하게 된 현실을 은유했다. 영화 제목인 영단어 ‘세이프’(Safe)는 안전하다는 뜻과 함께 돈을 보관하는 ‘금고’라는 의미도 있다.

문 감독은 신영균문화재단 후원 공모에서 발탁돼 500만 원을 지원받고 자비 300만 원을 들여 제작비 총 800만 원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올해 한국영화는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문 감독의 단편 부문 최고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저력을 세계 영화계에 과시하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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