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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초반부터 ‘강동원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영화 ‘더 X’의 주연 배우로 지난 4일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할 예정이던 그가 돌연 일정을 취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불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자 소속사 측에서는 “영화제 측이 개막식과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영화제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밝혀 파문이 커졌고 이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강동원<br>연합뉴스
강한나<br>연합뉴스


결국 강동원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GV에 참석해 파문이 가라앉는 듯싶었으나 해당 프로그래머는 기자회견을 열어 “개막식에 오지 않으려면 개막식장 옆에 있는 센텀시티 CGV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강동원은 CGV 센텀시티에서 국내 최초 3면 영화인 ‘더 X’의 기술시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번 사건은 부산영화제 행사장 어디를 가든 단연 화제가 됐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레드카펫’ 때문이다. 레드카펫 행사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신경전으로 확대됐다. 개막식 행사를 십분 부각시키려던 영화제 측은 ‘더 X’를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한 만큼 강동원의 레드카펫 참석을 기대했다. 그러나 강동원은 CJ CGV의 스크린 엑스 시스템을 알리는 일종의 홍보 영화 주인공으로 군 제대 이후의 첫 공식 무대에 서는 게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강동원의 입장을 옹호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레드카펫 행사가 ‘질’보다 ‘양’을 추구한 탓에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다. 올해의 경우 레드카펫은 개막식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더욱 길어졌다. 레드카펫 행사의 소요 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어 실제 개막식 분량의 두 배가량 됐다. 레드카펫이 개봉을 앞둔 영화의 홍보 효과를 노린 배우들과 인지도를 쌓으려는 무명 배우들의 노출 경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정작 영화제와 관련한 스타들의 참여는 줄었기 때문이다.

한 영화사 대표는 “예전에는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에 서로 서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지나친 노출 경쟁에 부담을 느껴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는 엉덩이 골이 보이는 드레스를 입은 신인배우 강한나가 화제가 됐고, 2년 전엔 무명이던 오인혜가 가슴 노출 의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쯤 되면 변질된 레드카펫에 이래저래 부담을 느끼는 배우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기획사 대표는 “참석 배우의 항공 및 숙박비는 제공되지만 매니저, 스타일리스트의 체류 비용은 고스란히 소속사의 부담이어서 영화제 참석 자체가 적자”라면서 “그런 데다 영화제 측의 고압적인 자세도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물론 한켠에선 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된 영화의 주인공이 레드카펫이나 기자회견에 불참하는 것은 영화제와 선후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양측 모두 상대방이 ‘갑’이라고 우기며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있다.

이번 소동을 놓고 연예 권력의 오만이냐, 영화제의 무례냐 갑론을박이 이어지지만 결국은 ‘쌍방과실’로 양쪽 모두 상처를 떠안았다. 영화제가 스타를 대하는 자세, 스타가 영화제를 대하는 자세. 올해 부산영화제의 최대 화두다.

부산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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