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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서 세계로… 콩고 장애인 밴드의 성공기

‘벤다 빌릴리’(Benda Bilili)는 콩고의 밤 풍경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차와 사람이 어지럽게 뒤섞인 콩고는 한눈에 보기에도 혼란스러운 무법 지대다. 거리의 소년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소매치기가 뭐가 나쁘냐. 나라가 ‘개판’이니 ‘뽀릴(훔칠) 수밖에’ 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중이다. 화면이 바뀌면 ‘거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키가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휠체어에 앉아 기타를 매만지고 있다. 비슷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하나둘 모여드는가 싶더니 이내 노래가 시작된다. “판지를 깔고 자던 내가, 빙고! 매트리스를 샀다오. 사람 팔자 모르는 일이지. 난 알아요, 언젠가 우리는 성공하리.”

프랑스의 음악 취재기자 르노 바레와 플로랭 드 라 툴라예가 공동 연출한 ‘벤다 빌릴리’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과 ‘서칭 포 슈가맨’을 잇는 음악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벤다 빌릴리’라 불리는 거리의 장애인 밴드가 음반을 내고 세계적으로 성공하기까지의 5년을 그린다. 낮에는 구두를 닦고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이브라힘 페레처럼 리키는 담배를 팔며 생계를 이어 간다. 감독의 내레이션을 빌리면 “이들의 무기는 재능과 한없는 긍정 뿐”이다.

벤다 빌릴리의 중심에는 리키와 10대 소년 로제가 있다. 노래를 맡은 리키는 거리의 삶을 그대로 가사에 녹여낸다. 한창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할 것처럼 보이는 로제는 양철 깡통에 줄 하나를 매달아 ‘사통게’라 불리는 악기를 직접 만들어 연주한다. 연습 장소는 거리 위다. 조용하다는 이유로 선택된 녹음 장소는 동물원이다. 벨기에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앨범 작업을 시작한 뒤에도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하지만 “판지 위에서 태어나 판지 위에서 잠을 자는 삶”을 노래하면서도 벤다 빌릴리는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장애가 먼저인지 가난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벤다 빌릴리는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삶의 화음이 다른 어떤 것보다 풍요로울 수 있음을 증명한다.

2009년 첫 번째 앨범 ‘트레 트레 포트’(아주 아주 강한)가 나오면서 벤다 빌릴리의 활동은 절정에 이른다. 영화는 흥겨운 음악과 함께 벤다 빌릴리의 성공담을 가감 없이 전한다. 다만 무명 밴드의 성공담이 이제는 다소 익숙한 데다 영화가 실패보다는 성공에 집중하는 까닭에 기대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벤다 빌릴리는 2010년 영화가 제작된 이후 지난해 2집 앨범을 발매했다. 85분. 17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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