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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독재자’서 박해일과 부자로 호흡

29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나의 독재자’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 배우 ‘성근’(설경구)이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 대역 오디션’에 합격, 이후 정상회담이 무산된 뒤에도 여전히 김일성 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들 ‘태식’(박해일)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 장르의 영화다.
”김일성이 아니라 그 대역인 만큼 저는 저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설경구(46)는 2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새 영화 ‘나의 독재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무엇보다 극중 아버지의 범주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연기의 큰 틀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설경구가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은 자신이 김일성이라고 믿는 김성근이다.

영화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배우인 김성근이 회담 리허설에서 김일성을 맡을 대역 배우 오디션에 합격하는 데서 시작된다.

회담은 무산되지만 김성근은 필사적으로 몰입한 김일성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22년의 세월이 흐른다. 이런 아버지 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아들 김태식역은 박해일(37)이 맡았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에서 김일성 역을 전담한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영화를 구상했다는 이해준 감독은 “성근에게는 세월을 담아내는 연기의 진폭과 평범한 배우가 히스테릭한 인물로 변해가는 에너지가 필요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탄탄한 내공의 설경구라도 뚜렷한 모델이 없는 인물을 연기하기는 녹록지 않았다.

설경구는 “김일성 대역을 표현하기 어려워서 이해준 감독을 많이 괴롭혀서 막판에는 서로 안 볼 지경까지 갈 정도로 기 싸움을 벌였다”면서 “제가 김 감독에게 사과했지만, 그 정도로 저도 어쩔 수 없었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차라리 김일성을 연기했다면 편했을 수도 있는데 자신이 김일성이라고 믿는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라 복잡했다”면서 “그러면서도 아버지로서의 감성을 놓치지 말아야 했던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설경구의 연기에 매번 감탄했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김일성 목소리 자료가 많지 않은 만큼 김일성 특유의 손동작 등 제스처를 본뜨는 데 많이 노력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노년의 김성근을 위해서는 5시간씩 소요되는 특수분장의 힘을 빌렸다.

박해일은 ‘짝퉁 수령 동지’인 아버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고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삶을 사는 백수 아들로 분했다.

김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가 완성되자마자 박해일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면서 태식을 연기할 사람은 박해일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박해일은 “아버지 배역을 설경구 선배가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딱 그분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매일 촬영을 할 때마다 설경구 선배가 원하는 캐릭터를 위해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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