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스타들의 행사가 열리는 해운대 비프빌리지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길거리 어디에서나 중국어가 들린다. 지난 4일 국내 영화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파티에서는 중국 VIP 관계자들을 배려해 중국어 통역이 진행됐다. 영화제 셔틀버스 방송에서도 중국어 안내는 기본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부대 행사인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은 당초 자금난 때문에 상 2개를 취소하려 했으나 유쿠투더우로부터 3만달러를 지원받아 숨통이 트였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의 개막식 파티는 중국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독점 방영권을 사들여 수익을 올린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전액 후원했고 폐막식은 유쿠투더우가 후원한다. 6일 중국 북경영화제 측에서 주최한 ‘북경의 밤’에는 중국 영화 관계자들이 대거 몰렸고 유쿠투더우와 아이치이는 각각 ‘한·중 영화의 밤’ 행사를 열고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차려진 ‘스타마켓’에는 중국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싸이더스, SM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 킹콩엔터테인먼트 등의 국내 연예기획사 부스를 찾는 이들의 80% 이상은 중국 연예산업계 관계자들이다. 김우빈, 장혁 등이 소속된 싸이더스의 박지우 해외사업팀 팀장은 “중국 영화감독이 직접 찾아와 중국 영화 캐스팅을 제안하는가 하면 촬영만 중국에서 하고 배우, 각본, 의상 등은 전적으로 맡기는 합작 형태의 제안도 잇따른다”고 말했다. 이상윤, 고준희 등이 소속된 제이와이드컴퍼니의 조아라 홍보팀장은 “중국 TV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들이나 영화 제작사들이 배우들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오디션 제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부산에 ‘차이나 머니’가 몰려든 것은 지난 7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양국의 영화공동제작협정이 체결돼 한·중 합작 영화가 중국 내에서 자국 영화로 인정됨으로써 더 이상 외국영화수입제도 제한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중 합작 영화에 투자하기 위해 중국 제작자들이 대거 부산을 찾은 것이다.
유쿠투더우에서 지난 8월 설립한 중국 최초의 온·오프라인 제작사인 허이필름의 앨런 주 대표는 “현재 중국 박스 오피스의 성장률은 해마다 30~40%에 달하지만 창의력과 감각을 지닌 감독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 문화와 뿌리가 같고 제작 수준은 아시아에서 최고인 한국의 감독 및 스태프들과의 합작에 관심이 많다”면서 “하지만 아직 중국에서 한국의 영화는 소규모 영화라는 인식이 강해 한·중 합작을 통해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한·중 합작 영화 ‘평안도’의 촬영을 마친 장윤현 감독은 “현재 중국은 영화감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한국에서 검증된 감독들에게 합작을 제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비 수준도 좋고 통역도 원활해 촬영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면서 “앞으로 할리우드가 중국에 들어가는 데 부산영화제가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섹션을 늘리고 영화제 역량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이번 투자는 부산영화제가 개막하기 불과 두달여 전인 지난 8월 베니스영화제에서 전격 결정된 것들로, 내년에는 더 많은 후원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부산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