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은 제목 그대로 세월호 참사 당시 투입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던 다이빙벨을 소재로 한 영화다. 현장을 취재했던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에 대한 일방적인 변호처럼 흐를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영화는 꼼꼼한 영상 기록과 감성적인 영상미가 균형을 잡으면서 다큐멘터리의 틀거지를 무리 없이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세월호 사건 발생 7시간 동안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고 고발하면서 시작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참사 현장을 돕기 위해 전남 진도 팽목항에 다이빙벨을 들고 온 이종인 대표가 왜 결국 자신의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77분간 펼쳐진다.
초반부는 이 대표가 1억원이 넘는 자비를 들여 팽목항에 다이빙벨을 들여왔지만 처음에는 구조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쫓겨났다가 해양경찰과 유가족의 요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대표의 인터뷰, 당시 유가족과 해경청장과의 대화 장면, 언딘 측의 입장 등이 비교적 생생히 담겼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이 투입됐지만 정부의 방해와 언론의 오보로 다이빙벨이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다이빙벨을 실은 배를 대게 했다거나 다이빙벨의 공기주입선이 누군가에 의해 잘려 나갔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특히 영화는 수중에서 20시간 작업이 가능하다는 다이빙벨 안에서 다이버들이 빵과 음료수를 먹으며 버티는 모습도 공개함으로써 이 장비가 효과적이었음을 에둘러 설명한다.
영상에는 참사 초기 상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상호 기자는 “팽목항에 가서야 진실이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진실을 면밀하게 파헤치기 위해 모든 영상 자료를 확보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이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영화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상징이자 소품”이라고 말했다.
물론 곳곳에서 증거가 불충분한 음모론이 제기되거나 기자의 감정 과잉이 드러난 부분은 아쉽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계자들 가운데는 “고발성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견해가 많다.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를 연출했던 정지영 감독은 “이 영화가 미리 계획됐다기보다는 그동안 찍었던 영상 자료로 만들어져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봤다. 하지만 영화적 짜임새를 갖췄고 정서적인 접근에도 성공했다는 점에 놀랐다”면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반대쪽의 이야기도 조금 담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몰랐거나 간과했던 사실을 적시해 줬고, 시기적으로 적절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에서 두 차례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한 영화는 앞으로 일반 극장에서 개봉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영화의 배급을 맡은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는 “당초 영화 상영 금지를 주장했던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과 단원고 유가족들이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서 “이달 안에 일반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