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과 흥행의 함수관계는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대략 두 시간 동안 신비로운 세상의 모험, 영웅의 정의로운 활약 혹은 가슴 먹먹한 감동 또는 통쾌할 만큼의 웃음 등을 기대하며 즐기고자 한다. 하지만 세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라면? 다음달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상영시간은 169분이다. 3시간에서 11분이 빠지는 긴 시간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다크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등을 통해 세계 최고 거장으로 인정받는 놀란 감독에 대한 투자제작사의 절대적인 신뢰가 작용한 결과이며 감독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짜: 신의 손


인터스텔라


명량




공교롭게도 ‘인터스텔라’와 똑같은 169분 상영시간의 영화가 이미 심심찮게 있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로렌스’를 비롯해 지난해 개봉된 ‘호빗, 뜻밖의 여정’ 그리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에비에이터’(2005) 등이 상영시간 169분이었다. 물론 고전영화의 대표 격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무려 4시간에 육박하는 232분의 상영시간을 자랑하는 대작이었다. ‘벤허’는 212분, ‘닥터 지바고’는 200분짜리였다.

한국영화로는 ‘이끼’가 163분으로 눈에 띄게 길었고 지난달 개봉한 ‘타짜: 신의 손’도 147분으로 상영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는 2시간을 갓 넘기는 정도가 보통이다.<표 참조> 상영시간은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상영시간은 제작자, 감독의 상호 이해관계 그리고 관객에 대한 고려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2시간이 넘어가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객이 큰 불편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한계가 2시간 정도라는 것이 영화계의 정설에 가깝다.

투자배급사, 제작사 입장에서도 상영시간이 2시간 30분을 넘기면 상영횟수가 하루 평균 한 차례 줄어든다. 실질적인 매출 및 관객수 등 흥행성적과도 어느 정도 연관될 수밖에 없다.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엔터테인먼트의 최근하 과장은 “영화관 입장에서는 2시간 남짓의 상영시간이 가장 이상적이고 2시간 30분을 넘어가면 한 스크린에서 한 회차를 줄여야 한다”면서 “특히 평일 오후 6~8시에 두 차례 상영할 수 있는 것을 한 번으로 줄여야 하니 흥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영화를 기획할 때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상영시간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팀장 역시 “업계 통념상 상영시간이 길어지면 상영회차가 한 번 줄어들고 관객수 증가 속도가 더뎌진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아무리 긴 영화도 재미만 있다면 사람들이 찾을 것인 만큼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영화 후반 편집작업에서 늘 상영시간의 제약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현실적 모순 앞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처음 장편영화를 만든 A 감독은 “100분을 넘기지 말아 달라는 제작사의 구체적인 주문이 있어 편집과정에서 마구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내가 보기에도 서사의 연결 구조가 엉성했으니 관객들이 보기에는 어땠을까 싶어 얼굴이 화끈거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감독으로서는 작가적, 예술적 욕망이 크고 영화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지만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로서는 무작정 허용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상영시간에 영화계의 산업 논리가 숨어 있음을 지적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역시 “2시간 30분을 넘어가는 영화는 감독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이 없다면 긴 상영시간은 쉬이 하기 어려운 시도”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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