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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노부인역…대기업 ‘수직계열화’ 비판

“온 가족이 보면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영화인데 상영관이 없어서 못 본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통해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김혜자. <br>연합뉴스
배우 김혜자(74)의 얘기다.

김혜자는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마더’(2009)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김혜자는 애견 ‘월리’에게 애정을 쏟는 고급레스토랑 ‘마르셀’의 노부인 역을 맡았다.

김혜자는 7일 인사동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좋은 영향을 끼치는 영화인데 상영관이 없어서 관객이 영화를 못 본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CJ와 롯데 등 극장 체인과 영화 배급·제작업을 겸하는 대기업들이 계열 배급사와 자사 영화를 차별해 취급하는 이른바 ‘수직계열화’ 문제에 대해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원주에 사는 친척이 있는데 애 셋을 데리고 함께 영화를 봤대요. 아이들이 자꾸 보고 싶다고 해서 사흘 뒤에 영화관에 갔는데 매진이라 볼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영관은 한 군데밖에 없고 상영은 하루에 세 번 밖에 안 한다면서 얼마 전에 제게 전화가 왔어요. 아이들이 또 보고 싶어하는데 영화를 볼 수가 없다고.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국제시장’(CJ E&M 제작·투자·배급), ‘기술자들’(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 등에 밀려 지난달 31일 205개 스크린으로 시작했으며 6일 기준으로 스크린수는 193개, 상영 횟수는 599회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족의 해체와 부동산 문제 등 한국 사회의 현실을 아이의 시각으로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린 덕분에 영화를 본 관객의 호평이 이어지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상영관 확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개그맨 박휘순의 경우 주변 지인에게 영화를 추천했지만 상영관이 턱없이 부족해 영화를 보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아예 직접 극장을 잡아 8일 CGV용산에서 스페셜 상영회를 열 계획이다.

김혜자는 “(대기업이) 자기네가 투자한 걸 제일 먼저 내세울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인간인데 그러면 안 된다”면서 “이 세상에 나오면 좋은 영향을 미칠 영화는 자기네 영화만큼은 아니라도 계속 나올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우는 배우로서 제작자는 제작가로서 이 세상을 순하게 만드는 게 의무에요. 저는 작품을 할 때도 어디에서 희망이 보이는지를 항상 생각합니다.”

김혜자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 오스카와 소아 병동의 외래 간호사인 장미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모노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하는 동안 영화 시나리오를 접했다고 했다.

”연극 때문에 바빠서 책 볼 시간도 없을 때였는데 자꾸 감독이 찾아왔어요. 미안해서 읽어봤는데 정말 아름다운 얘기였죠. 그래도 영화는 못 하겠다고 했더니 제작사 대표는 울면서 왜 내가 이 영화를 해야 하는지를 얘기하더군요. 영화는 정말 좋은 얘기였어요. 순하고, 이상한 장면도 없고….”

영화는 아빠가 갑자기 사라져 피자배달차에서 지내게 된 10살 소녀 ‘지소’(이레)가 집을 사고자 개를 훔치고 나서 나중에 개를 찾는 전단지가 붙으면 개를 돌려주고 돈을 받는다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노부인의 애견 월리를 훔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김혜자가 맡은 노부인은 사실 기존 출연작에 비하면 분량은 적은 편이지만 극 전개상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 여자(노부인)는 자기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을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니까 외롭고 쓸쓸하겠죠. 우리 주변에서도 자기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잖아요.”

김혜자는 “모두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세계 명화를 보여줬던 기억을 언급하면서 “이 영화가 상영관이 늘지 않고 그냥 흐지부지 끝나면 제가 영화를 사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영화에 교육청에서 관심을 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애들이 무분별하게 영화를 보는데…. 이런 데에 관심을 두는 것도 당연히 교육청에서 해야 할 일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통령에게 가서 영화를 한번 보라고 할 수도 없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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