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향한 광기의 연주… 아카데미의 탁월한 선택

‘위플래쉬’는 최고의 연주자를 키워 내고 싶은 밴드 지휘자와 최고가 되고 싶은 드러머의 만남을 보여 준다. 얼핏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이지만 욕망이 광기로 변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드럼 한 세트와 몇 곡의 악보, 두 명의 캐릭터만으로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어 낸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렇게 묻는다. ‘그들이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 하고. 그 질문은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어떤 방법도 용인될 수 있는가’로 구체화된다. 대답은 ‘예스’, ‘노’ 둘 중 하나지만 과정은 예측 불허다.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간을 빨리 감기 하더니 후반 9분간의 드럼 연주는 아예 숨을 멎게 한다. 러닝타임이 이토록 짧게 느껴지는 작품은 실로 오랜만이다.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의 교수인 ‘플레처’는 교내 톱 재즈 밴드를 이끌고 있지만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그의 태도는 혹독함을 넘어 비인격적이고 폭력적이다. ‘위플래쉬’(채찍질)라는 영화 제목은 밴드의 경연 연주곡명이면서 곧 플레처의 교육 방식을 의미한다. 후에 위대한 색소폰 연주자가 된 어린 ‘찰리 파커’에게 심벌즈를 던졌던 ‘조 존스’는 플레처의 롤모델과도 같다.

그러나 그의 폭언과 인격 모독은 최고의 음악가를 꿈꾸는 밴드 단원들의 암묵적 동의하에 허용되고, 메인 드러머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신입생 ‘앤드루’ 역시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온갖 조롱을 견뎌 낸다. 플레처를 만난 후 그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자신의 손가락을, 드럼피를 차례로 찢어 놓으며 연습에만 몰두한다.

드럼을 사이에 둔 플레처와 앤드루의 모습은 첫 장면을 비롯해 여러 번 반복되는데, 그들의 관계 변화에 따라 서스펜스의 강도와 느낌은 매번 달라진다. 영화 중반까지 앤드루의 유일하고 원대한 목표인 ‘드럼’은 그가 플레처에게 감히 반항하지 못하게 하는 울타리와도 같다. 앤드루는 그렇게 채찍질하는 기수 앞에 서서히 길들여져 가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울타리를 박살 내고 기수에게 돌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밴드는 물론 플레처까지 자신의 연주 안으로 끌어들이는 앤드루의 성장은 감동을 넘어 벅찬 흥분과 쾌감을 선사한다. 플레처는 그토록 원했던 제2의 찰리 파커를 얻지만 앤드루에게 보내는 교감과 감탄의 눈빛을 통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 ‘위플래쉬’의 결말은 그래서 예술에 대한 신화 중 하나, 즉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 엄청난 대가에 관한 격렬한 반문이라고 할 수 있다.

드럼의 리듬을 함께 타면서 음악의 온도를 높이는 편집, 모든 연주를 직접 소화해 낸 마일스 텔러, 악마적 카리스마를 내뿜는 JK 시먼스의 연기는 훌륭하다는 말로 부족하다. 단 19일 만에 촬영을 마친 놀랍도록 재능 있는 감독의 발견 또한 ‘더블 타임 스윙’ 주법만큼이나 심박수를 늘리는 이 영화의 값진 성과다. 새달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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