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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로 불린 아이 천사로 만든 기적

‘모두의 천사 가디’는 레바논의 한 예쁘고 아담한 마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레바’가 나고 자란 므샤칼은 같은 이름의 남자들이 수두룩하고 사생활은 전혀 보장되지 않으며 지나친 간섭을 미덕으로 삼는 마을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뿐더러 관심조차 없는 도시 문화권의 관객들로서는 사실 경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더욱이 레바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적 같은 사건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이 작품은 애초에 판타지일 뿐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주제를 표방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한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가능성에 당당히 모든 것을 건다.

어린 시절 말더듬이 왕따였던 레바는 므샤칼에 부임한 음악 선생님(파우디)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모차르트는 소음과 다름 없었지만 레바는 음악에 매료되어 피아노를 배우고, 말 더듬는 병도 고치게 되면서 멋진 가장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그의 셋째 아들 ‘가디’가 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나자 행복했던 가정에는 먹구름이 드리운다. 가디가 창 밖에서 내는 기묘한 소리에 이웃들이 ‘저주받았다’거나 ‘악마의 소리’라며 수군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주민들이 가디를 시설로 보내는데 합의하자 레바는 가디가 사실은 하늘에서 보내 준 천사라고 주장하고, 그때부터 이것을 진실로 만들려는 레바 일행의 연극이 시작된다.

영화가 초반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므샤칼 주민들의 이중적인 캐릭터 묘사다. 그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대부분 유쾌하고 다정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직업이나 나이, 가족관계 등과 같은 외피에 불과하다. 또한 그들은 각자가 가진 비밀을 이웃에게 들킬까 봐 위태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영화의 주제와 직결되는 가장 큰 문제는 전통적 기준이 만들어 놓은 ‘정상’의 궤도 안에서 보수성과 배타성을 끌어안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마을에서 온 레바의 아내(라라)나 장애를 가진 노인(카카)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이를 반영한다. 레바는 이렇듯 무심하고 강퍅한 주민들과 대비를 이루는 인물로, 사람들의 본모습을 통찰하는 예리함과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들의 단점을 다 알면서도 흉보거나 약점을 잡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디를 진짜 천사로 여기도록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레바의 겸손함과 온유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레바가 거짓말을 꾸며내고 연극을 벌이는 등의 사건이 벌어지지만, 과연 세상에 하얀 거짓말이 존재하는가 혹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영화의 주된 관심사에서 비껴나 있다. 우리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것은 소외를 경험했던 레바가 므샤칼 사람들을 변화시키면서 행복을 선사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과 삶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따뜻하게 머무는 작품이다. 5월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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