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말 전세계 매표실적, 성탄절 연휴 북미실적 등에서 연달아 기록을 갈아치우며 2009년 개봉된 ‘아바타’의 역대 1위 흥행 성적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지만 이런 열기는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는 ‘머나먼 은하계’ 이야기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달 9일 개봉을 앞둔 중국에서는 대부분이 스타워즈의 주요 주인공도 모르는 등 나라 밖 열기와는 동떨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깨어난 포스’가 개봉된 40여 개국 가운데 이 영화가 1위에 오르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베트남, 터키 정도다.
이처럼 일부 아시아 국가에 스타워즈의 ‘포스’가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1970∼1980년대 만들어진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은 물론 1999년 이후에 나온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3부작 모두 서울 기준 18만∼75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는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이 거둔 표 수익이 세 편을 합쳐 1천870만 달러(219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흑역사’는 이들 국가에서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 시기나 문화적 이유 등의 요인으로 ‘스타워즈 향수’를 공유하는 폭넓은 팬층이 만들어내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경우 시리즈 첫 작품인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년)은 1978년 개봉했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수입가 등 문제로 4∼17년 뒤에야 극장에 걸렸다.
중국과 베트남 관객들도 스타워즈 시리즈가 시작된 시기에 각각 문화대혁명과 베트남전쟁에서 막 벗어나고 있던 터라 다른 나라보다 한참 뒤에 스타워즈를 제대로 접했다.
이런 ‘연속성의 부재’는 이전 줄거리를 알아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리즈 영화의 특성상 대중적 인기를 끄는 데 걸림돌이 됐다.
스타워즈가 우주 배경의 가상 세계를 다루고, 이야기 바탕에 영웅 신화나 선악 대립 등 서구 문화의 코드가 깔린 것도 현실 배경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한국이나 중국 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깨어난 포스’가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되느냐가 아시아 시장, 특히 세계 2위 영화 시장으로 급성장한 중국에서의 성적에 달렸다는 점이다.
올해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는 이달 초까지만 따져도 62억2천만 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보다 30% 이상 성장했다. 또 올해 개봉한 ‘쥬라기월드’와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글로벌 매표 실적 가운데 각각 14%와 26%를 중국에서 거둬들였다.
이 같은 중국의 티켓파워에 주목한 스타워즈 제작사 디즈니는 ‘깨어난 포스’는 물론 후속작의 흥행까지 염두에 두고 중국 젊은 층을 스타워즈 팬으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포털 텐센트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1∼6편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고, 영화 속 은하제국군 ‘스톰트루퍼’ 모형 500개를 만리장성에 전시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최근에는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였던 루한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런 노력 덕에 이달 들어 웨이보에서 ‘스타워즈’ 언급 횟수가 70만 건에 달하는 등 화제에 오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개봉 첫 주말 1억 달러 이상의 매표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전했다.
WSJ도 중국의 ‘깨어난 포스’ 개봉일이 다른 나라보다 3주가량 늦어 설 연휴 대목까지 열기를 이어가며 외국 반응에 민감한 중국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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