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톤핑크’(1991)나 ‘파고’(1996)와 같은 코엔 형제의 전작들과 비교한다면 24일 개봉하는 ‘헤일, 시저’는 훨씬 유쾌하게 다가온다. 의아해할 일은 아니다. 코엔 형제가 근본적으로 변했다기보다 할리우드 황금기를 배경으로 한 ‘헤일, 시저’가 또 다른 스타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코엔 형제는 선배들의 경험담-무용담에 가까운-을 빌려 영화인과 영화 작업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사랑은 비를 타고’(1952)가 유성영화 도입기의 할리우드를 가장 적확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면 ‘헤일, 시저’는 코엔 형제가 써내려간 21세기판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사의 한 단면과도 같다. 매카시즘의 광기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속에 뜨거운 사랑이 전해져 온다.
대형 영화사 캐피털픽처스의 수장인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는 동시다발적으로 제작되고 있는 영화 몇 편과 수많은 관계자들을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배우 스캔들 및 감독과의 불화, 외부 인사들의 참견까지 고스란히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런 와중에 ‘헤일, 시저’의 주연 배우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납치당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에디는 항공사로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영화는 에디를 중심으로 영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사람들, 즉 배우나 감독, 시나리오 작가뿐 아니라 기자, 변호사, 공증인, 심의위원 등 각계각층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커다란 창고형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며, 각 스튜디오 내부에서는 어디서 본 듯한 영화를 찍어내고 있다. 코엔 형제는 이처럼 장면마다 스튜디오, 스타, 장르 시스템을 자연스레 녹여내며 당시 영화 산업의 메커니즘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러한 의도는 영화 구성 및 캐스팅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내용과 별개로 각 스튜디오에서 찍고 있는 영화를 몇 분가량 보여주는 장면들이 흥미로운데, ‘꿈의 공장’이라 불리는 스튜디오의 공간적 특성을 이해시켜줄 뿐 아니라 시대의 풍미가 느껴지는 웨스턴, 뮤지컬, 에픽 등 장르 영화를 조금씩 맛보게 해주는 장치들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전작들에서 보기 드문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해 예쁘게 찍어낸 점도 눈에 띈다. 특정 장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작품들로 사랑받아 온 코엔 형제 또한 출발은 여기서부터였다는 고백, 짙은 향수가 동시에 느껴지는 대목이다. 각 장면마다 몇 분 혹은 몇 커트밖에 등장하지 않는 스칼릿 조핸슨, 채닝 테이텀, 레이프 파인스, 틸다 스윈턴, 프랜시스 맥도먼드, 조나 힐 등 주연급 배우들을 발견하는 것도 큰 매력이다. 화려한 캐스팅을 넘어서는 스타의 역할과 파워에 대한 감각적 표현력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코엔 형제는 영화인에게 영화란 그들이 생각하는 ‘옳은 일’이라고 강조한다. 종교 대작인 ‘헤일, 시저’를 서사의 중심에 놓고 돈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공산주의자들을 등장시키며 대니의 고해 성사가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이데올로기, 혹은 종교적 신념의 유사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코엔 형제의 연서가 훈훈하고 달달하다.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