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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 “황금종려상 받을 가치 있어”

배우 하정우, 김민희, 영화감독 박찬욱, 배우 김태리, 조진웅(왼쪽부터)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된 영화 ‘아가씨’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br>AFP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크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이날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공식 상영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2시간 30분의 긴 런닝타임이 끝나자 관객들의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5분 동안 박수가 이어졌다.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임을 감안할 때 5분여 간 이어진 관객들의 박수는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찬사로 해석된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박 감독이 이번에 수상할 경우 칸 영화제에서만 세 개의 트로피를 챙겨가게 되는 셈이다.

‘아가씨’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될 귀족의 딸 히데코와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 백작과 함께 재산 강탈을 도모하는 하녀 숙희, 괴팍한 성격을 지닌 히데코의 이모부 코우즈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했으나 원작과 큰 줄거리만 비슷한 뿐 인물 설정이나 내용 전개는 판이하다.

영화 상영 시작 한시간 전인 이날 오후 9시부터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들기 시작해 칸의 세번째 수상을 노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상영이 시작되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극중에 박 감독이 심어 놓은 유머에 관객들이 웃음으로 반응했다.

박 감독은 칸에 오기 전 한국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를 두고 “제가 만든 영화 중 제일 대사가 많고 굉장히 아기자기한 영화”라며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두 여배우의 농도 짙은 동성애 장면이 나올 때 관객들은 숨죽이고 화면만 바라봤다.
하지만 이 와중에 박 감독이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사가 나오자 관객들의 웃음이 어색한 적막을 깨기도 했다.
영화 뒷부분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일부 관객이 극장을 나가기도 했다.

상영 후 줄리라는 여성 관객은 “이 영화를 보려고 원작도 읽었는데 원작에 없던 내용이 덧붙여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 놀랐다”면서도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 다른 부분이 만족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영화계 인사들이 ‘아가씨’에 대한 찬사를 전했다.
토론토영화제 카메론 베일리 집행위원장은 “너무나 인상적인 영화였다. 아직도 내 마음 속 울림이 사그러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엘레나 폴라띠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번 칸 영화제 초청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라며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은 꼭 베니스로 초청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폴란드 구텍 필름의 바이어 야쿱 두신스키는 “모든 장면에서 만족을 느꼈고 숨겨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였다”며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기자 시사회 때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은 ‘아가씨’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른 시각에 열린 시사회임에도 뤼미에르 대극장과 드뷔시 극장은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야유가 나오곤 하는 기자 시사회이지만 이날은 상영이 끝나자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시사회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도 카메라 기자를 포함해 1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기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은 그대로 기사에 반영됐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리뷰 기사를 통해 “박찬욱 감독의 정교한 영화 ‘아가씨’는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며 “재미있게 꼬인 에로틱 스릴러와 기분 좋은 놀라움으로 가득찬 러브 스토리로 인해 2시간 30분이 금세 지나간다”고 평했다.

이어 “성인층을 위한 적나라한 노출과 도색적인 대사가 있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다”면서 “(박찬욱이) ‘올드보이’의 감독임을 감안하면 폭력성도 직접적으로 스크린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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