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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봉 ‘특별수사’ 주연 연기 본좌 김명민

흥행보다 캐릭터·내용 좋은 작품 선택… “한계 부딪힐 때 연기神 되길 기도한 적도”

“불러 줄 때 열심히 많이 해야죠. 세월에 장사 없어요. 껄껄껄.” 김명민은 연기를 좀체 쉬지 않는다. 지난해 촬영한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가 올가을 개봉을 앞두고 있고, 조만간 타임 루프 영화 ‘하루’의 촬영을 시작한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VIP’ 출연도 검토하고 있다.<br><br>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명민(44)은 공인받은 연기 ‘본좌’ 가운데 한 명이다. ‘불멸의 이순신’에서부터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조선명탐정’ 시리즈, ‘육룡이 나르샤’까지 그가 빚어낸 캐릭터를 보면 새 작품에 대한 믿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감독, 투자, 배급도 중요하긴 한데 저는 약간 다른 시각입니다. 흥행이 어느 정도는 보장돼 있고 감독님도 괜찮고 모든 게 완벽해도 제가 딱히 할 게 없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제가 셰프라면 요리 재료가 세 가지 정도밖에 안 되는 셈이죠. 반면 입봉 감독님에 투자, 배급이 불투명하고 흥행 공식에 딱 맞춘 것은 아니지만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고 캐릭터를 보면 해야 할 게 있고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시나리오도 있죠. 저는 후자를 선택해요.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누가 하든 상관없는 작품들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자신이 흐드러지게 놀 수 있는 작품이 좋다는 김명민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없다고 여기는 법조계 브로커 최필재를 연기한다. ‘새드무비’ 권종관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이다. 필재는 몇 년 전까지는 형사였다. 딱히 정의를 세우려 하기보다는 전과자 아들이라는 낙인을 지우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모범 경찰까지 됐다. 그런데 파트너(박혁권)의 배신으로 옷을 벗는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판수(성동일)에게 사건을 물어다 주는 ‘신이 내린 사무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어느 날, 재벌가 며느리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순태(김상호)의 편지가 날아든다. 은혜는 잊어도 원수는 꼭 갚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필재는 사형수의 편지에서 복수 기회를 귀신같이 포착해 낸다. 한편으로는 재벌가의 숨겨진 범죄와 마주한다.

김명민이 필재라는 캐릭터를 걸치기로 결정한 것은 속물 근성에 찌든 인물이 변해 가는 포인트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 그는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은 필재의 전사(前史)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해 여름과 하반기를 달군 ‘베테랑’ ‘내부자들’도 그렇고 최근 드라마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부와 권력의 갑질을 다룬 작품이 잇따르고 있다. 큰 범주에서는 ‘특별수사’도 그 한 갈래다. 차별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놓고 선과 악, 강자와 약자의 대결 구도는 아니에요. 시나리오의 앞뒤가 잘 짜여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발생하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아요. 그런 부분이 이 영화의 강점이죠.”

아슬아슬해 보이는 시장 뒷골목과 목욕탕 액션 신에서는 꽤나 고생했다며 웃기도 했다. “목욕탕 장면은 물속 액션이라 나름대로 각오는 했는데 물 좀 먹었죠. 목 졸리는 장면도 나오는데, 감독님이 좋은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컷을 잘 안 하더라고요. (김)상호형이랑 저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어요.” 정통 액션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간간이 섞어서 해 보고 싶기는 한데, 일단 그쪽으로 가면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미지라는 게 그렇잖아요. 현재로선 액션이 주가 되는 작품보다는 액션이 꼭 필요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1996년 SBS 탤런트 공채 6기를 기준으로 하면 만 20년을 걸어온 연기자의 삶. 더이상 이룰 것이 없어 보이는 그는 연기의 길, 그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연기는 평생 풀어야 할 과제예요. 중간중간 한계를 극복하는 재미가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 성취감보다는 한계에 부딪힐 때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이 커요. 연기와 연륜은 비례한다는 말이 있는데 연기는 정말 오리무중이에요. 연기를 연기처럼 하지 않는 것도 어렵지만 연기는 또 연기처럼 해야 할 때도 있지요. 그런 고민이 없어진다면 그야말로 연기의 신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너무 안 풀릴 때 연기의 신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어요, 이뤄지지 않았지만. 하하하.”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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