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떡칠됐던 ‘워크래프트’보다 장점이 더 많은 작품이다. 인류의 자유의지를 지키려는 암살단과 인류를 통제하려는 템플기사단 사이의 오랜 대결, 유전자에 남아 있는 흔적을 더듬어 선조의 삶을 탐험하게 하는 애니머스 기계 등 기본 설정은 게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이야기는 외전 격으로 새로 만들어 냈다. 게임은 제3차 십자군 원정, 르네상스 시대, 미국 독립전쟁기, 프랑스 혁명, 산업 혁명기 등을 배경으로 시리즈가 이어졌으나 영화에서는 종교재판이 횡행하던 15세기 스페인이 주무대다. 암살단의 후예로 어려서 부모를 잃고 범죄자로 자라난 주인공이 자유의지에 대한 DNA 정보가 담긴 선악과를 찾으려는 템플기사단에 의해 15세기 중세 선조의 삶을 체험하며 자유의지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무술 액션이 크게 나쁘지 않다. ‘맥베스’(2015)에서 11세기 스코틀랜드 전투를 멋지게 재현했던 저스틴 커젤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선보인다. 특히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 등 중세 스페인 건축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파쿠르 액션(건물 사이를 맨몸으로 넘나드는 액션)이 볼만하다. 게임 유저라면 게임 속 핵심 액션으로,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신뢰의 도약’에 짜릿함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암살단의 고유 기술로, 고층에서 맨몸으로 수직낙하하는 것을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CG를 활용하지 않고 전문 스턴트맨이 38m 높이에서 자유낙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셉션’이나 ‘소스 코드’ 등 기억과 가상현실을 오가는 작품을 좋아하는 영화팬들도 흥미를 느낄 만한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