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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같은 움직임 잘 표현, 캐릭터 구축 미흡, 스파이더맨 미등장 아쉬워

3일 개봉한 루벤 프레셔 감독의 영화 ‘베놈’은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 베놈(톰 하디 분)의 탄생을 다룬 일종의 ‘파생 영화(스핀오프)’다. 베놈은 앞서 2007년 영화 ‘스파이더맨 3’에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아예 주인공으로 나선다.

영화는 거대 제약회사인 라이프 파운데이션 창립자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 분)가 외계에서 발견한 생명체 ‘심비오트’를 가져오다 사고가 나면서부터 시작한다. 심비오트 가운데 하나인 ‘베놈’이 기자인 에디 브록(톰 하디 분) 몸에 들어간다. 심비오트는 동물을 숙주로 삼는 기생 생명체다. 지능이 있으며 강력한 운동 능력과 변형 능력을 지녔다. 심비오트가 들어간 브록은 이에 따라 위기 상황이면 2m가 넘는 근육질 괴물로 변한다. 동공 없는 커다란 흰 눈, 수십 개의 날카로운 이빨과 날름거리는 긴 혀를 가진 공포스런 모습으로, 인간의 머리를 통째로 뜯어 먹기를 즐긴다.

영화는 베놈의 강력한 신체 능력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범고래처럼 번들거리는 피부는 CG(컴퓨터그래픽)로 이질감 없이 잘 처리했다. 검정 고무 같은 수백 개 촉수가 브록의 몸을 감싸고, 팔다리가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면서 적을 공격하는 격투신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다. 베놈이 들짐승처럼 빌딩을 내달리는 장면을 비롯해 오토바이와 자동차 추격신 등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다만, 브록이 칼튼 드레이크를 인터뷰한 뒤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그 과정에서 베놈과 공생하며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이야기 구조가 다소 아쉽다는 느낌을 준다.

원작 만화에서 베놈은 선을 상징하는 스파이더맨과 연쇄살인범 클루투스의 몸에 심비오트가 들어가 만들어진 절대 악 ‘카니지’의 중간에 위치하는 캐릭터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며 스파이더맨을 돕거나 배신하는 게 바로 베놈의 매력이다. 그러나 브록의 성격 묘사가 산만해 베놈에게도 무게가 제대로 실리지 못한다.

베놈이 정의감 넘치는 브록에게 감화되는 과정을 풀어내는 과정이 다소 치열하지 못해, 베놈이 선한 쪽으로 돌아서는 장면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 클라이막스에서 영화의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관람 등급을 낮추려 30여분을 무리하게 잘라냈는데, 그 때문일 수 있다.

앞서 스파이더맨이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번 편에 아예 등장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 스파이더맨은 마블코믹스의 캐릭터 가운데 하나지만, 마블스튜디오가 아닌 소니픽처스가 판권을 가지고 있다. 과거 마블코믹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때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소니픽처스에 팔았기 때문이다.
마블스튜디오는 지난 10년 동안 스파이더맨 없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을 주축으로 삼아 나름의 ‘세계관’(영화 속 인물들이 시·공간적 설정을 공유하고, 각 스토리가 차기작에도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 구조)을 탄탄히 구축했다. 베놈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는 ‘스파이더맨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베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그 활약은 결국 속편에서나 확인할 수 있겠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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