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의 건축을 보기 위해 꼭 외국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한국에도 안도의 설계로 지어진 건축물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본태박물관, 원주의 뮤지엄 산, 서울의 JCC 등이 그렇다. 그의 건축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콘크리트가 빛(예: 빛의 교회), 물(예: 물의 절)과 미학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당신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인공인 콘크리트가 어떻게 자연인 빛, 물과 아름답게 공존한단 말인가. 그런데 정말 안도는 콘크리트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제는 그의 인장이 된 노출 콘크리트 공법인 콘크리트의 물성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따지고 보면 콘크리트 역시 모래, 자갈 등 자연물을 섞어 만든 재료다. 응용만 잘하면 얼마든지 콘크리트와 빛, 물이 어우러지도록 배치할 수 있을 테다. 문제는 ‘잘’하는 게 누구에게나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해 낼 수 없는 그것을 해 냈다는 점에서 안도는 특별하다.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이런 물음의 답을 찾으려고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관객도 있을 듯싶다. 안도 스스로는 독학과 답사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는 학교에서 건축을 배운 적이 없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졸업생이었던 안도는 혼자 건축을 공부했고, 세계 각지의 유명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그곳의 장소성을 체험했다. 분명 이것이 그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바탕이 됐으리라. 하지만 이는 안도가 늘 고독한 길을 걸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건축과 권투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않은 채 홀로서기를 해야 해서다. 안도는 “‘이 기회를 놓치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매 작업마다 안간힘을 다했다”(책 ‘나, 건축가 안도 타다오’ 중)고 쓰고 있다. 여든 살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는 터프하게 작업한다. 한데 사무라이 타입이 아닌 나는 (젊은 시절에는 손발이 먼저 튀어 나갔다는) 안도 같은 상사 밑에서 하루도 버텨 낼 자신이 없다. 그의 건축물에 감동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에게서 ‘항상 위로 나아가려는 마음가짐’만 가려 배우고 싶다. 혈혈단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상승을 추구하는 글의 건축을 꿈꾸면서.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