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우먼 1984’는 풍요와 욕망이 넘치는 시대에 여성 슈퍼 히어로가 인류를 구한다는 영웅 서사다. 2017년 개봉한 ‘원더우먼’의 속편으로, 히어로 영화계의 경쟁자 마블에 밀렸던 DC가 3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영화는 물질적 풍요와 상업주의가 넘쳐나는 1984년 미국을 조명한다. 1차 세계대전 말(1918년)이 배경인 전편에서 인류를 구했던 다이애나(갈 가도트 분)는 자신의 능력을 감춘 채 박물관의 고고학자로 살아간다. 그런 다이애나에게 소원을 빌면 이뤄지는 황수정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66년 전 사망했던 연인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 분)가 살아 돌아와 행복을 느끼지만,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명의 빌런을 마주한다. 박물관 동료인 ‘치타’ 바버라 미네르바(크리스틴 위그 분)와 사업가 맥스 로드(패드로 파스칼 분)다. 다이애나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바버라는 다이애나처럼 강한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탐욕스런 맥스는 황수정을 이용해 “소원하면 다 가질 수 있다”며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자신의 힘을 키운다. 바버라와 맥스가 질투와 욕망에 눈이 멀어 전 세계를 위협하자 다이애나는 이에 맞선다. 하지만 세상을 구하려면 되살아난 스티브가 다시 사라져야 하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뇌한다. 다이애나가 악당과 맞서 싸우지만, 갈등의 위기를 봉합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다. 패티 젠킨스 감독은 “이젠 슈퍼 히어로가 악을 처단하면 선이 이긴다는 신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실은 더 복잡하기 때문”이라며 “원더우먼은 우리 내면의 영웅을 끄집어내 세상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들을 첫 장면부터 만족시킨다. 다이애나가 어린 시절 아마존 여전사들의 경기에 도전하는 장면은 웅장하고 박진감 넘친다. 어린 다이애나는 반칙했다는 이유로 탈락하고 만다. 분을 삭이지 못하는 다이애나에게 어머니(여왕)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진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키워라”라는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마존 전사들의 활극이 자주 등장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평범한 원더우먼의 모습에 더 집중했다. 살상을 최소화하고 인류애에 신경 쓴 모습이다. 다만 원더우먼의 사랑, 악당이 된 보통사람들의 각성 등을 한데 버무리다 보니 전편에 비해 약해진 액션과 다소 맥빠진 결론은 아쉬움이 남는다. 전편이 나름 흥행하며 마블에 대한 반격의 기회를 잡았지만, 속편의 완성도는 그에 못 미친다. 상영시간 151분. 12세 이상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