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성공담 아닌가.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심하시라.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몇 가지 진실부터 밝혀야겠다. 하나, 르로이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둘, 소설 ‘사라’를 쓴 사람은 로라다. 셋, 로라는 남자친구의 동생 사바나를 만난 후, 만약 르로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바로 그녀 같은 사람일 거라고 굳게 믿는다. 넷, 로라는 사바나에게 제안한다. 네가 르로이가 돼 인터뷰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다섯, ‘사라’를 읽고 감동한 사바나는 그러겠다고 승낙한다. 내가 아닌 사람이 돼 보는 경험도 재미있겠다 싶었고. 여섯, 로라 역시 연기에 동참한다. 그녀는 르로이의 수다스러운 매니저 스피디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한마디로 독자를 기만한 사기극이다. 그러나 이런 한마디로 르로이 사건이 정리될 수 없다고 본 사람도 있었다. 감독 저스틴 켈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진실은 순수하기 힘들며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한다. 이 문구를 제사로 켈리는 “표류하는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다층적인 진실을 재구성한 영화 ‘제이티 르로이’를 만들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주연배우의 공도 크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사바나를, 로라 던이 로라를 맡아, 극 안에서 각각 르로이와 스피디를 다시 연기하는 어려운 도전을 성실하게 해냈다. 유튜브 등에서 사바나와 로라를 직접 찾아보면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에 놀랄 것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