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절 발굴해 ‘산소같은 여자’로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영애를 빼앗긴 아모레퍼시픽측은 LG생건의 간판모델인 김태희와 5년간 약 50억원이라는 업계 최고대우로 스카우트했다. 두 업체의 경쟁 탓에 모델들의 개런티는 부쩍 올랐다.
현재 국내 광고계에서 최고 스타는 고현정이다. 지난해 광고 한편당 평균 10억원의 개런티를 받았다. 영조주택과는 1년간 15억원. LG디오스와 재계약하며 12억~15억원의 모델료를 기록했다. 10년만에 연예계로 복귀한 톱스타라는 ‘프리미엄’에 따른 특별한 경우였다.
그러나 이영애와 김태희가 경쟁사로 옮기면서 ‘1년 10억원’이 공식화됐다. 최근까지 이영애는 6억~7억원. 김태희는 5억~6억원대의 광고출연료를 받았으니 ‘몸값’이 2배 가까이 인상된 셈이다. ‘CF퀸’ 자리를 다투고 있는 이효리와 전지현의 모델료가 8억원선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액수다.
이에 비해 지난해 국내 광고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의 출연료는 제시카 알바가 10억원. 드류 배리모어가 5억원. 기네스 팰트로가 7억원선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기용한 광고는 겹치기 출연이 잦은 국내 스타들과 비교해 ‘소박한’ 수준의 모델료를 지급하고도 매출이 급신장하는 효과를 봤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고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국내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1년간 10억원이라는 액수는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모델로 활동했던 브랜드를 떠나 경쟁 브랜드로 옮기면 소비자들이 헷갈릴 수 있어 광고효과가 의문스럽다”며 “경쟁사 모델을 빼온 회사측이나 돈을 많이 준다고 옮기는 모델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스타부부는 출연료로 1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요구해 광고회사를 당혹스럽게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다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편도 아닌데 일단 거액을 불러보자는 건지 어안이 벙벙하다“며 “최근 상식밖의 출연료로 계약하는 사례가 나오니까 덩달아 다른 스타들도 몸값 올리기에 나서는 것같다”며 씁쓸해했다.
내놓는 광고마다 화제가 되는 스카이를 제작하는 TBWA의 한 관계자는 “빅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외국인이나 신인모델을 기용해 참신하고 세련된 광고로 승부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며 “덕분에 자유롭게 크리에이티브를 살릴 수 있고 우리 광고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는 모델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