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12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서울 여의도에서 드라마 촬영에 한창인 이장우를 만났다.
그의 인기는 길거리에서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촬영을 위해 KBS 별관에서 여의도 공원으로 잠시 이동하는 순간에도 지나가던 젊은 여성들이 “앗, 도진이다!”를 연발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아직은 실제 이름보다 극 중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주는 순간이었다.
‘우결’ 촬영에 들어가면서 그는 ‘유부남’이 됐다. 일단, 너무 좋단다. “‘수상한 삼형제’ 때도 그렇고 ‘웃어라 동해야’에서도 극 중 결혼식을 올렸어요. ‘우결’이 세번째 결혼이죠(웃음). 결혼하고 나서 안정감을 찾아 더욱 연기가 늘었다고 말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저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 덕분인지 아주 좋은 부인(은정)을 얻어 너무 기뻐요. 하하.”
드라마에서의 결혼생활은 연기이지만 ‘우결’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만큼 진짜 결혼한 것처럼 해볼 생각이라는 이장우는 부인과의 첫 대면에서 ‘밀당’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본은 없어요.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촬영장에 들어오지 못해요. 그냥 딱 제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 이상형은 어떨까. 규정화된 이상형은 없단다. 그저 느낌이 좋은 사람이면 좋다고. 가상 부인 은정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은정이는 느낌이 참 좋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다.
이장우가 배우 길을 걷게 된 데는 그룹 플라이투더스카이(Fly To The Sky) 출신 환희의 영향이 컸다. “환희 형이 이종사촌이에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형이 데뷔했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니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좀 어린 나이에 직업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똑같이 가수를 하면 왠지 형한테 질 것 같아서 연기를 생각하게 됐지요.”
외동아들인 까닭에 어린 시절부터 혼자 소꿉놀이를 하거나 경찰 놀이를 하면서 노는 시간이 많았다. “중학교 때까지 혼자 역할극을 하면서 놀았어요. 어느 순간 ‘아, 이게 바로 연기가 아닐까. 연기를 해 보자’고 결심하게 됐죠.”
그가 출연한 ‘수상한 삼형제’와 ‘웃어라 동해야’는 시청률은 대박 났지만 ‘막장’이라는 비판에도 적잖이 시달렸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진다. 목소리도 올라갔다. “막장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요. 두 드라마는 막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 속 상황들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분명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지는 있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번은 ‘비트’ 꼭 봐
연기 욕심도 많다. 작년부터 한달에 한번은 아무리 바빠도 영화 ‘비트’(1997)를 꼭 챙겨 본다. “(‘비트’ 주인공인) 정우성 선배님이 제 롤 모델이에요. 비트를 찍을 당시 정우성 선배가 24살이었죠. 제가 24살 때 그 영화를 보면서 ‘내가 지금 영화를 찍는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자신이 없더라고요. 힘 있고 깊이 있는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낸 정우성 선배의 연기를 이기려고 늘 노력 중이에요.”
‘웃어라 동해야’에서 부인 새와(박정아) 때문에 분노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차인표 선배의 연기를 참고했단다. 차인표가 2005년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보여준 ‘분노의 양치질’과 최근 종영한 드라마 ‘대물’에서의 ‘3단 분노 연기’ 등을 모니터링하며 연습한다고.
시청률이 높다 보니 일일 드라마 주된 시청자 층인 40~50대 아주머니 팬도 부쩍 늘었다. 그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어머니다. “예전에는 모임 같은 데 잘 안 나가시더니 요즘은 다 챙겨 나가세요. 아들이 유명해지니 사인 부탁 받는 걸 은근히 즐기시더라고요.”
그는 트렌드물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트렌드 드라마…, 너무 하고 싶어요. 아직은 어리니까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서 자유로운 모습의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송강호 같은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장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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