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고정프로그램만 3개…”정 많고 눈물 많아”

신선하다. 호응도도 크다. 솔직하고 똑똑한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이 남자는 도대체 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에 대한 그의 육성이 여기저기서 이미 소개되기도 했다. 그래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농구의 황제’에서 ‘예능 꿈나무’로 떠오른 서장훈(41)을 최근 인터뷰했다.

207㎝의 서장훈은 자신보다 한참 작은 연예인들과, 심지어 자신의 무릎높이 정도에나 오는 유아들과 요즘 한창 어울리고 있다.

이렇게 출연자의 키높이 차가 크면 카메라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난감’하다. 한 화면에 출연진을 같이 잡는 게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화면의 부자연스러움은 문제도 아니다. 서장훈에게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고정 출연 중인 프로그램이 3개인데 “계속 출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엄청 들어온다”고 그는 말한다.

그럼 그는 지금 재미있어서 예능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서장훈은 “요즘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맞다. 딜레마다. 이걸(예능) 계속 해야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예능계 스타가 됐다.

▲ 스타까지는 아니고 어쩌다보니 일이 커졌다. 이걸로 끝을 보겠다는 생각도 없다. 물론 사람 일은 모르니 지금 이러고 있긴 한데 이걸로 뭘 얻겠다는 생각은 없다. 또 어려서부터 대중 앞에 섰기 때문에 대중의 반응이 금방 바뀌는 것도 잘 안다. 이런 반응도 좀 있으면 지나갈 것이다.

-- 예능 출연을 안해도 되지 않나.

▲ 맞다. 안해도 됐다. 처음에는 주변의 부탁이나 의리로 출연하다가, 그럼 이런 상황이 됐으면 맡은 프로그램을 책임감을 가지고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하는 거니까 인간 서장훈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대중과 소통한다는 마음으로 하게됐다.

-- 대중과의 소통이 꼭 필요한가.

▲ 내가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코트에서의 모습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고, 또 어린 세대는 ‘저 사람 누구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이후 다른 일도 안하고 있으니 소통을 한번 해보자 싶었다.

-- 예능하는 서장훈에 대한 반응이 좋다. 코트에서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반응이다.

▲ 감사한 일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좋게 봐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내가 방송에서는 프로가 아니고 예능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도 없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농구는 평생의 직업으로 생각했으니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했고 30년 이상 했으니 전문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코트에서는 뭔가 잘못되면 강하게 나갈 수 있지만, 예능은 초보고 잘 모르니 내가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강하게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 강아지를 애지중지 키우는 것도 그렇고, MBC ‘애니멀즈’에서 유아들을 다루는 것을 보면 다정다감한 성격인 것 같다.

▲ 정이 많고 눈물도 많다. 모진 사람이 못된다. 코트는 내 직장이었으니 최선을 다해 승리하는 것만이 목표였고 승부에 집착했지만 코트 밖에서는 항상 이런 모습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늘 보던 모습이라 전혀 신기해하지 않는다.

-- 유아들과 녹화하는 게 어떤가.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을 보니 ‘나도 2세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

▲ 그런 생각도 들지만 아이 키우는 게 엄청나게 힘들겠다는 생각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어서 녹화할 때 무척 신경이 쓰인다. 30개월 갓 넘은 아이들이라 안전 문제가 걱정이 많이 된다. 우는 아이들 안아주는 것보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신경 쓰는 게 더 힘들다. 녹화할 때 정신적으로 예민해진다.

-- 예능이 재미있나. 요즘 엄청 바쁜 것 같더라. 언제까지 예능을 할 생각인가.

▲ 재미있을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고 한데 어떤 일이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자들끼리 그냥 웃고 떠들며 만드나보다 했는데, 직접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니 많은 분들이 정말 많이 노력을 기울여서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충 만드는게 아니라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야하는지 알게 됐다.

녹화가 화수목에 몰려 있다보니 그 3일은 하루 4~5시간밖에 못잔다. 선수 때는 잘 자야 잘 뛰니까 많이 잤는데.(웃음) 그런데 화수목을 빼면 나머지 요일은 잘 잔다. 일에 치일 정도는 아니다. 계속 일은 들어오지만 너무 무리해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방송에 대한 계획은 세워본 적도 없고 목표도 없다. 그냥 상황이 이렇게 돼서 하고 있을 뿐이다.

-- 연예인들과 상당히 친분이 있는 것 같다.

▲ 어릴 때부터 (농구계에서) 알려진 사람이라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TV로 보면 엄청 친해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진 않다. 물론 친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알고는 지냈지만 엄청나게 친한 사이이거나 그런 건 아니다.

-- 농구계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하는데 언제 돌아가나.

▲ 솔직하게 말하면 구체적으로 계획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꿈은 오직 하나, 최고의 농구선수였다. 그만두기 전날까지도 다른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다. 최고의 농구선수가 됐는지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 꿈은 끝났다. 나머지 삶은 덤이다. 꼭 훌륭한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도 없다.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농구로 인해 여러가지를 얻은 사람이니 어떤 방식으로든 나중에 농구계에 기여하고픈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 나중에가 언제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당분간 농구에서 떨어져 쉬겠다는 생각이다.

-- 예능을 안했으면 뭘하고 있었을 것 같은가.

▲ 집에 있었을 거다. 책보고 영화보는 거 좋아한다. 읽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극장엔 안간다. MBC ‘4남1녀’ 끝내고도 한동안 거의 집에 있었다.

-- 예능에 출연하는 아들을 보는 부모님 반응은 어떠한가.

▲ 별로 좋아하시는 않는다. 부모님이 날 평생 뒷바라지하셨기 때문에 나보다 더 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시다. 처음에는 그냥 간간이 출연하나보다 하시다가 점점 일이 커지니까 별로 달가워하진 않으신다. 농구선수 서장훈에 대한 프라이드가 엄청나시기 때문에 내가 예능프로그램에서 희화화되는 것 같아 안 좋아하신다. 그래도 자기 생각이 있어서 저러고 있겠지 싶은 마음에 아직 뭐라고 말씀은 안하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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