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본부는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뉴스 원고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엄격하게 사고 현장 영상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사상자가 노출되는 장면,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 사고 직전 군중이 한쪽으로 쏠리는 장면 등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화면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된다.
KBS 보도본부는 이런 원칙을 31일 오후 4시 뉴스특보부터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KBS는 참사가 처음 알려진 뒤 얼마 되지 않은 29일 밤 11시 15분쯤 가장 발빠르게 뉴스 특보 체제로 전환해 중계차를 이태원 일대에 배치하는 등 재난방송 주관사의 면모를 높였는데 자극적인 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가장 먼저 선언하고 나섰다.
MBC도 두 시간쯤 뒤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참사 순간의 동영상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현장음은 모두 지우고, 그 외의 상황은 정지화면으로 전해드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은 재난 관련 방송 시 희생자와 가족 등 피해자들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시청자의 안정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SBS도 이날 메인뉴스 ‘뉴스8’ 첫머리 앵커 멘트를 통해 “뉴스에서 자극적인 현장 영상은 원칙적으로 쓰지 않고, 사고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에만 최대한 흐릿하게 절제해서 사용하겠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YTN도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을 최대한 엄격하게 사용하겠다고 이날 저녁 7시 뉴스특보 첫머리에서 밝혔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재난 보도 준칙 등을 준수하여 방송하라고 요청했다. 방통위는 전날 실·국장 회의에 이어 이날 한상혁 위원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방송·통신 분야 대응 현황을 점검한 뒤 사고와 관련된 잔혹·혐오·충격적 장면 등 악성 게시물의 유통 방지를 위해 주요 인터넷 사업자 등에 자체 규정에 따른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통신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황성욱) 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관련 자극적인 현장을 여과 없이 노출한 사진과 영상 11건을 긴급 심의해 삭제 및 접속차단 등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임병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