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상반기 극장 관람객 수 최다… 빛과 그림자

올 상반기 극장 관객이 1억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영화의 약진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영화계에는 반가운 신호다. 극장가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는 것은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기존 20~30대에서 10대와 40~50대로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6월 극장 관객 수는 9850만 473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326만 1832명이 극장을 찾은 데 비해 18.3% 증가한 수치다. 극장가가 올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6423억원)보다 12.7% 늘어난 7241억원이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 영화의 점유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는 관객 수 5555만명(점유율 56.4%)으로 외화 관객 수 4294만명(43.6%)을 크게 앞섰다. 한국 영화 점유율은 2009년 같은 기간에 44.6%, 2010년 43.1%, 2011년 48.0%를 기록하던 것이 지난해 53.4%로 외화를 앞지르더니 올해는 강세를 더욱 굳혔다. ‘아이언맨3’(900만명)를 제외하면 박스오피스(흥행 수익)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7번 방의 선물’(1280만명), ‘베를린’(716만명), ‘은밀하게 위대하게’(664만명), ‘신세계’(468만명) 등 모두 한국 영화다.

이처럼 극장 관객과 한국 영화 점유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영화의 관객층 자체가 넓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관객 동원을 주도한 ‘7번 방의 선물’이나 ‘아이언맨3’ ‘베를린’ 모두 40대가 40% 이상의 높은 예매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원작 웹툰과 박기웅, 이현우 등 배우들의 높은 인기가 10대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50대 이상 관객은 2006년 전체의 2.0%에서 올 상반기 7.0%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지난해의 한국 영화 흥행이 지속될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7번 방의 선물’과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관객몰이에 성공한 것은 세대별 관람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 역시 “현장에서는 작은 규모의 다양성 영화에도 40~50대 중년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전과 다른 관객이 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50~60대 이상으로까지 넓어진 관객층이 역대 최대 관객을 이끈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극장가는 처음으로 관객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7월에만 한효주·정우성 주연의 ‘감시자들’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 허영만 원작의 ‘미스터 고’ 등 굵직한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김혜수·송강호 주연의 ‘관상’, 김윤석 주연의 ‘화이’ 등도 하반기 기대작이다. 지난 4월 한 증권사는 올해 관객이 2억 3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달콤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은밀하게’ 따위(?)가 1300개를 까면(스크린을 차지하면) 장차 ‘미스터고’나 ‘설국열차’처럼 수백억원이 들어간 대작들은 과연 몇 개의 극장을 먹어치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사람에겐 도리가 있고 상인에겐 상도의가 있는 걸 망각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성토하는 등 흥행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반복됐다. 또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와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이 각각 제한 상영가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표현의 자유 문제도 되풀이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