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신작이 쏟아지는 가운데 2년 전 개봉작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당시 이 영화는 312만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대박’이라고 표현할 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이 영화가 새삼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문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메르스에 쏠리면서 인플루엔자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 ‘감기’에 대한 관심도 따라 증가한 것.
당시 이 영화는 도시 폐쇄, 불안 증폭, 폭동과 무질서 등 재난영화의 전형적 구조를 보여주면서 인물과 이야기 측면에서 상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전형적 재난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지자 영화를 재조명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게시판에서 이 영화의 ‘네티즌 평점’은 계속 높아지면서 4일 저녁 현재 7점대까지 올라갔다.
누리꾼들은 “영화가 현실로”, “오늘 다시 볼 영화,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이 된다”, “성지순례하고 가요, 작가가 예언가네” 등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2011년 9월 개봉작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괴질환이 전염되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수없이 사망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와 세계보건기구가 발병경로를 조사하는 가운데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하는 기자가 음모론을 제기하고 공포도 커진다.
”지금 시점에서 한번 봐줄 필요가 있다”거나 “지금 상황이랑 소름 돋을 만큼 비슷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으며 “과장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침착하게 보여주는 참상과 인간 군상”을 재평가하는 누리꾼도 있다.
1995년작으로 이미 전염병 재난 영화의 고전이 된 ‘아웃브레이크’도 새삼 주목받는 영화다.
1967년 아프리카 용병 캠프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했을 때 미군이 혈액만 채취한 뒤 폭탄을 투하해 모두 몰살해 버리고 난 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출혈열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로,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런 재난 영화들은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당국의 무능한 모습, 그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극적 효과를 높이곤 한다.
당국의 메르스 대응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들 영화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웃브레이크’의 네이버 누리꾼 리뷰 게시판에 2∼3일에 올라온 최신 글은 “딱! 네가 갑자기 떠오르더라”와 “보복부(보건복지부) 사람들 단체 관람해야 한다”였다.
한편 3일 개봉한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샌 안드레아스’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메르스 공포로 극장가 손님이 줄어든 가운데 ‘샌 안드레아스’는 3일 9만2천879명을 동원해 매출 점유율이 42%에 달한다.
당초 시사회 후 언론과 평론가의 평가는 특별히 좋지는 않았으나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8.44점, 네티즌 평점은 8.33으로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이 영화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끊어져 강진이 발생하자 구조헬기 조종사가 사이가 멀어진 아내와 함께 딸을 구하러 나서는 이야기로, 누리꾼들은 재난 장면이 큰 스케일로 잘 그려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영화는 전염병이 아닌 지진을 다루고 있지만 메르스 공포가 큰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