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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 추석영화 기대작 ‘서부전선’

올 추석 한국 영화 기대작 중 한 편인 ‘서부전선’이 베일을 벗었다. 추석에는 국내 영화계 4대 메이저 배급사 중 세 곳에서 신작을 내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암살’과 ‘베테랑’으로 나란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쇼박스와 CJ E&M이 각각 ‘사도’와 ‘탐정’을 내놓은 가운데 ‘서부전선’은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려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이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의 단골 소재인 남북 분단을 다루고 있다. 여전히 대립과 긴장 완화를 반복하는 남북 관계는 늘 마음이 무거워지는 숙제와도 같다. 때문에 영화적 소재로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제작 보고회 직전 서부전선을 둘러싸고 확성기 설치, 포격 등으로 남북의 긴장 관계는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부전선’은 냉랭한 남북 관계를 따뜻한 휴먼 코미디로 녹인 영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남북 간 휴전협정(1953년 7월 27일) 직전의 마지막 3일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천성일 감독은 이 시점을 택한 이유에 대해 “휴전 협정이 계속 진행되고 심지어 발효가 된 뒤에도 서부전선에서는 사기 진작을 위해서 비밀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 장의 비밀 문서에서 시작된다. 농사를 짓다 전쟁터에 끌려온 남복(설경구)은 일급 기밀문서를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전달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적의 습격으로 부대가 전멸한다. 이 문서는 교전 도중 탱크와 함께 홀로 남겨진 열여덟 살 어린 북한군 영광(여진구)의 손에 들어간다.


영화는 무사귀환을 꿈꾸는 두 사람이 비밀문서를 서로 손에 쥐기 위해 벌이는 소동이 주를 이룬다.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는 탱크 안은 전쟁터의 축소판이다. 이념의 충돌도 발생한다. “미제의 앞잡이를 벗어나 민족을 해방시켜 주겠다”는 영광의 외침에 남복은 “내가 니들한테 해방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어? 사정을 했어? 애기 얼굴도 못 보고 이게 무슨 XX이여!”라며 쏘아붙인다.

난투극 끝에 누가 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탱크의 방향은 남과 북으로 엇갈리기를 반복한다. 긴장은 점차 고조되고 서로 총구를 겨누던 두 사람은 서로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비극적 결말? 아니다. 인류로서 존재의 소중함과 민족의 동질성은 이념의 강팍함과 전쟁의 냉엄함을 뛰어넘는다.

인류애적 위대함을 보여주는 장치는 곳곳에 깔려 있다. 남복이 우연히 북한 마을에 들어가 위협을 하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그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준다. 초상집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는 현실을 통해 전쟁통에도 새 생명은 태어나고 인간의 삶은 이어진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다. 서로 반목하던 두 사람은 남복이 아내와 배속의 아이를 두고 온 사연을 털어놓고 영광이 형들이 모두 전쟁통에 죽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봉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점차 가까워진다. 영화는 문서의 정체도 모르고 쫓기만 하던 남복이 “우리가 뭘 알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라는 대사를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비인도적인 문제를 고발한다.

1959년 발표된 선우휘의 소설 ‘단독강화’를 시작으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고지전’, ‘적과의 동침’ 등 수많은 영화와 문학에서 북한군과 남한군의 이념을 넘어선 우정과 민족애는 여러 차례 다뤄져 왔다. 물론 이 영화도 그런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마치 연극 무대 위 배우를 보는듯 두 주인공에게만 집중해 소소하고 일상적인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자칫 썰렁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을 메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설경구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푸근한 40대 아저씨로, 여진구는 어리바리하지만 혈기 왕성한 10대 소년병사 역을 맡아 상호보완적인 시너지를 냈다. 이들이 나이와 이념을 넘어 우정을 확인하는 순간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각본을 썼던 천성일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아기자기하게 날리는 잽펀치는 많지만 관객을 단번에 휘어잡는 몰입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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