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찍은 사전투표 용지 찢어”
정교해진 가짜 이미지·영상 난무
CISA “이란·중국도 일부 관여”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코앞까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정교한 가짜뉴스가 넘쳐 나면서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은 대선에 개입한 핵심 세력으로 러시아를 공개 지목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의 젠 이스터리 국장은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4일 “올해 대선에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허위정보가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적대 국가들이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거짓 정보를 만들어 증폭하고 있다”면서 “미국인이 엄청난 양의 허위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CISA 관계자는 “미 대선 교란 활동은 러시아가 주를 이룬다. 이란과 중국도 일부 관여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는 주요 매체가 보도한 것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CNN방송 ‘주요 대선 속보’ 형식으로 제작된 이미지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다”라고 적혀 있다. 텍사스 개표가 20% 미만으로 진행된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는 내용이다. 다분히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취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를 근거로 백악관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CNN에 대해서도 ‘뉴스를 조작하는 언론’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CNN 측은 “어떤 투표 결과나 예측을 발표한 적이 없다. 이 이미지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에는 연방수사국(FBI)이 “아이티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고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성착취 혐의를 받는) 가수 퍼프 대디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려 주고 50만 달러(약 7억원)를 챙겼다는 동영상이 SNS에 유포됐다”고 경고했다. 한 사람이 사전투표를 한 투표용지함을 뜯어 보더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된 용지를 확인하고는 욕설을 하며 찢어 버리는 영상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우려는 시도다.
현재 미 수사당국은 러시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이란이 해리스 부통령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 상태로 끝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쟁을 종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시사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20%를 차지한 채 판정승을 거둘 수 있다.
반면 이란 입장에서 그의 재선은 재앙에 가깝다. 과거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핵협상을 벌여 ‘조건부 제재 해제’라는 수확을 얻었다. 그러나 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때도 다시 살려 내지 못했다. 테헤란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돼 어떻게든 핵 관련 제재를 풀 기회를 얻길 바란다.
중국은 두 후보 가운데 특별한 선호가 없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베이징에 대한 압박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지영·박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