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미니앨범 ‘무브’ 28일 발표

가수 김연우(본명 김학철·43)의 음악에는 늘 ‘토이 표 발라드’, ‘조규만 식 발라드’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1996년 유희열의 1인 프로젝트인 토이의 객원 보컬로 데뷔해 히트곡을 냈고, 조규만이 작곡해준 노래가 대표곡이 됐기 때문이다. 모두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발라드들이다.

김연우 미니앨범 ‘무브’
지난 18년간 음악 색이 뚜렷해지다 보니 그는 뭔가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 틀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특히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다양한 편곡을 시도하면서 음악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는 욕구는 한층 강해졌다. 그해 4집 ‘미스터 빅’에서 빅밴드 사운드로 워밍업을 한 그는 28일 출시할 미니앨범 ‘무브’(MOVE)에서 더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김연우는 “일탈이라기보다 재미있는 시도이자 도전”라며 “이 변화에 대한 결과는 대중의 선택이니 욕심은 버렸다”고 웃었다.

지난해 가을 미스틱89와 전속 계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바람을 이끌어줄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친분 있는 윤종신과 공일오비 출신 정석원이 프로듀서로 있다.

”윤종신, 정석원 씨에 대한 믿음과 기대 때문이었죠. 과거 정석원 씨에게 곡을 받고 싶어 수박 사 들고 집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곡을 받아 가이드까지 녹음하고서 발표를 못 한 적이 있어요. 아쉬웠는데 드디어 인연이 닿았어요.”

정석원이 작곡한 ‘무브’는 그루브(흥)가 강한 팝 록처럼 다가온다. 그는 ‘보컬 신’이란 수식어답게 넓은 음역대를 진성과 가성, 스캣(뜻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을 오가며 소화했다. 블락비 박경의 랩도 포인트다.

수록곡 ‘콜 미’(Call me)도 잘게 쪼갠 비트로 흥겹다. 펑크 팝인 ‘도레미파솔’에선 마이클 잭슨의 창법처럼 얇게 소리를 냈다. “키도 작고 눈이 찢어져 열등감에 사로잡혔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자전적인 내용이 가사에 담겨 재미있다. 음반 발매 전 먼저 공개한 ‘해독제’만이 ‘김연우 표’ 발라드의 정점을 찍는다.

그는 토이 음반에 참여하기 전까지 발라드를 대표하는 가수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91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꽁지 머리에 기타를 메고 노래하던 한 선배를 동경하며 록에 빠져 있었고,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원곡의 키로 시원스레 부르는 학생이었다. 성가대 ‘꾀꼬리’였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공군 군악대를 제대하고 1995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뒤의 일이다. 대학 동기의 소개로 대학로 냉면 집에서 객원 보컬을 구하던 유희열을 만났다. 유희열은 그의 가창력을 검증하지도 않고 녹음하러 오라고 했다. 녹음실서 받아든 곡이 데뷔곡이 된 토이의 2집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록 음악에 빠져 있었으니 녹음하는데 속에서 안 받는 거예요. 쭉쭉 뻗는 샤우팅 창법이 좋은데 재미가 없었죠. 그때 정말 갈등 많이 했어요. 그러니 희열이를 만나서 발라드에 입문한 셈이죠. 언젠가 희열이에게 ‘좋은 곡 써줘서 내가 노래하며 살고 있다’고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만약 그때 솔로 음반부터 시작했다면 ‘어떤 장르로 출발했을까’란 생각도 해요.”

토이의 노래가 히트하자 음반기획사의 ‘러브콜’이 왔다. 솔로 1집은 1998년 당시 중견 기획사이던 대영에이브이에서 냈다. 그러나 IMF가 터지면서 방송 세 번을 하고 접었다. 1집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1999년 토이의 4집에 다시 참여해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히트시켰다.

그는 “토이 2집 때 5곡을 불러 200만 원을 받았는데 4집 때는 2곡을 불러 300만 원을 받았으니 가창료가 올랐다”며 “당시로선 생활에 보탬이 된 큰 금액이었다”고 웃었다.

이미 솔로 가수로 데뷔를 한 때였지만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던 시절이었다.

”대영에이브이의 계약금을 받아 집에서 독립한 게 서른 즈음이었어요. 솔로로 데뷔하고서도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35만 원하는 사당동 반지하, 보증금 500만 원에 35만 원하는 양재동 옥탑방에서 살았죠. 하지만 어렵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이미 그는 대학 시절부터 김경호의 ‘마지막 기도’, 임창정의 ‘이미 나에게로’ 등의 코러스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교수의 추천으로 현대자동차 ‘그레이스’(1995)의 CM송을 시작으로 여러 편의 광고에 노래를 불렀다.

가르치는 재주가 있어 1999년부터 대학의 강사로 출강했고 가수를 가르치는 보컬 트레이너로도 유명해졌다. 임정희,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 빅마마의 이영현, SG워너비 이석훈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했지만 정작 18년 음악 인생에 비해 음반 장수(정규앨범 4장, 미니앨범 1장, 싱글음반 1장)는 적은 편이다. 그중 솔로 2집(2004)에서 ‘연인’과 ‘이별택시’, 3집(2006)에서 ‘사랑한다는 흔한 말’은 단박에 빅히트를 하기보다 서서히 그의 대표곡이 됐고 여전히 불리고 있다. 가수 인생도, 음악도 다소 느린 걸음이지만 큰 굴곡 없이 안정된 그래프를 그렸다.

그는 “음반 장수가 적은 건 내가 게을렀고 음반을 낼 여건도 안됐기 때문”이라며 “삶도 음악도 무난하게 흘러갔다. 순리대로 가야지 억지로 욕심을 부리는 게 싫었다. 음악이 생활의 일부였지, 만약 인생 전부로 여겼다면 너무 무거워 음악을 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보컬이 대중적으로 널리 인정받은 건 ‘나는 가수다’ 출연이었다. 기교 없는 간결한 창법과 편안한 발성으로 ‘보컬 신’, ‘교과서 발성’이란 별명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나와 같다면’(김장훈)을 끝으로 조기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가 부른 ‘나와 같다면’은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나는 가수다’ 음원 매출에서 김범수가 부른 ‘제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몇 곡 못하고 탈락했으니 원 없이 못한거죠. 하지만 무대 공포증이 심했는데 ‘나는 가수다’를 마치고 전국투어를 두 번 하면서 무대가 무척 편해졌어요.”

여세를 몰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고,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태권도 편에도 출연해 유머 감각과 민첩한 운동 신경을 보여줬다. “예능이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웃는다.

그는 앨범 발매와 함께 오는 6월 27~28일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공연 제목도 ‘무브’다.

그는 “’무브’는 내 음악 인생에서의 움직임을 뜻한다”며 “대중이 크게 괴리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변화 있는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고 싶다. 이번이 시발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