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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이만큼 독하진 못해…싱크로율 40%”

사진출처 강소라 인스타그램
”으음. 절대요. 절대 못 해요.”

오물거리며 오징어 튀김을 먹느라 여념이 없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손사래를 쳤다.

’현실 속 직장인 생활을 해 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배우 강소라(24)의 반응이다.

강소라는 그 이유로 규칙적인 생활이 좀처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서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의 똑 부러진 신입 사원 안영이를 맡은 강소라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다.

극중 각각 장그래와 오상식 과장으로 분한 임시완과 이성민처럼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한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강소라가 제 몫을 훌륭히 해냈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생’을 찍는 동안 저 자신이 꼭 장그래 같았다”고 말하는 강소라를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렇게 많은 분이 ‘미생’을 좋아할지 몰랐어요. 그냥 이 작품을 안 하면 크게 후회하겠다 싶어서 작품을 선택했어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었던 시기에 ‘미생’을 시작했는데 스스로 치유하는 느낌일 것 같았거든요.”

’미생’은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기록됐다.

안영이는 신입 사원뿐 아니라 여성 직장인의 비애도 담아낸 캐릭터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인턴 중에서도 발군이었던 안영이는 신입 사원이 되고서 사내 최고 에이스들이 모인다는 자원팀에 배치된다. 하지만 뛰어난 역량에다 주변 사람들에게 곁을 주지 않는 성격으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다.

강소라는 윤태호 작가의 원작 만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안영이로 느껴졌다고 했다. 부족한 부분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만화에서 안영이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많지 않았기에 고민과 추론을 많이 했다고 했다.

”안영이가 워낙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당한 것이 많다 보니 인간관계에서는 서툴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남들이 민폐를 주는 것도 싫어하는 거죠. 안영이 캐릭터를 그렇게 내면 상처가 많은 쪽으로 설정했어요. 외양적인 면에서도 여성성을 갖지 못한 안영이가 아빠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이제 머리도 기르고 화장도 하는 거죠.”

아직 동국대에서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 신분인 만큼 강소라에게는 조직 문화를 익히기는 부담이었다.

그는 촬영 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인턴 체험 등을 하면서 동료를 대하는 사람들의 몸짓과 책상 풍경 등을 유심히 봤다고 전했다.

강소라는 “직장인들이 배우들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생활할 것이라는 인식이 먼저 깨졌다”면서 “직장인들은 경쟁이 치열하고 업무 부담은 많은데다 조직에 몸담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그 또한 다른 배우들처럼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버지를 많이 생각했다”면서 “왜 그렇게 술을 드시고 집에 오실 수밖에 없었는지, 왜 수염을 안 깎은 얼굴을 제게 들이미시는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소라에게 자신과 안영이의 싱크로율을 물었더니 “숫자로 따지면 40% 정도인 것 같다. 안영이만큼 독하지는 못하지만 일 자체를 즐기는 면은 정말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리벙벙하고 고지식하지만 점점 가까워지면 상대를 압도한다는 면에서는 장그래 캐릭터가 절반, 또 다른 인턴 동기인 한석율 캐릭터가 절반이 섞인 것 같다”는 자체 평가를 하기도 했다.

지상파와는 달리 뻔한 러브라인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도 ‘미생’이 후한 평가를 받은 요인 중 하나다.

안영이는 주인공 장그래보다는 모범생 동기 장백기와 더 친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소라는 “처음에 한참 부족해 보인 장그래가 나중에 크게 성장하지만 완벽해 보이던 장백기는 (성과에서) 밀리고 사수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기에 안영이가 느끼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생’에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안영이와 그를 핍박하다가 어느 순간 그에게 마음을 열고 챙겨주던 사수 하 대리와의 관계였다.

강소라는 “제가 현실 속 안영이었다면 하 대리에게 더 털털하게 다가가면서 ‘제가 어떤 점을 고치면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는 식으로 문제를 풀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척 활기차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강소라는 종방연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종방연 때도 말했는데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정말 좋았기 때문에……”

겨우 눈물을 멈춘 강소라는 “’미생’을 찍는 4개월 동안 안 울었는데……이번 작품에 정말 애정이 컸다”고 말하다 다시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나중에는 그의 코끝과 눈언저리가 붉게 물든 것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한 강소라는 그동안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한때 영화 ‘써니’(2011)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그 이후 몇 년간 이렇다 할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만큼 강소라에게 ‘미생’은 특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강소라는 다음 작품 활동에 대해 “아직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매끄럽고 활기찬 캐릭터, 제 실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생’ 시즌2가 제작된다면 안영이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까.

”안영이가 시즌2에 나온다면 무엇보다 승진했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그리고 이번 드라마에서는 자원팀의 경우 백미랄 수 있는 회식 장면이 안 나왔어요. 시즌2에서는 회식이라도 하면서 인간적으로 팀원들과 친해진 장면이 많이 그려졌으면 해요.”

강소라는 이어 “안영이가 사수가 될 만한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안영이가 하 대리 입장이 돼도 좋겠다”는 웃음 섞인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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