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를 벗고 노란색 우비와 풍선이 일렁이는 객석을 마주한 멤버들은 눈물을 보였고 팬들도 함께 울었다.
젝스키스는 14일 저녁 ‘무한도전’이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마련한 게릴라 공연에서 2000년 해체 이후 처음으로 여섯 멤버가 한자리에 모여 팬들의 감격을 더했다.
특히 팀 해체 이후 사업가로 변신해 연예계를 떠난 고지용의 합류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고지용이 공연 도중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의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공연에 앞서 이날 오후 다섯 멤버가 과거 의상을 입고 용인 한국민속촌과 만남의 광장 휴게소 등지에서 ‘무한도전’ 멤버들과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고지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반가움은 더욱 컸다.
오후 8시30분쯤 고지용을 뺀 다섯 멤버가 안대와 헤드폰을 착용하고 관객이 얼마나 모인지 모른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에는 5천808명이 모였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6개월간 연습했다는 은지원은 “입장을 바꿔 팬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첫 사랑을 만나는 느낌일 텐데 예전 모습만 기억해주실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한 뒤 안대를 벗고는 “불이 켜지고 노란 풍선을 보는 순간 내가 젝키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감격했다.
김재덕도 “오랜만에 멤버들을 만나서 서먹하고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며 “그런데 같이 연습하고 땀 흘리고 춤 동작이 맞자 굉장히 재미있었다”며 “안 울려고 했는데 여러분이 너무 감동이라 안 울 수가 없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재진도 “해체한 뒤 한 자리에 서게 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강성훈도 “내일 죽었다 생각하고 오늘 함께 놉시다”라고 덧붙였다.
장수원은 “앞으로는 이렇게 긴 공백기,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좋은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고 말해 큰 함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인사말에 이어 멤버들은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친 후 ‘컴백’을 시작으로 왕년의 히트곡을 불렀다. 첫 무대 이후 무대 장치에 불꽃이 꺼지지 않아 작은 화재가 발생했지만 곧바로 진화하고 공연을 이어갔다.
멤버들은 ‘폼생폼사’, ‘커플’, ‘기억해줄래’ 등을 선사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무대를 꾸몄다.
‘기억해줄래’ 때는 말쑥한 모습의 고지용이 깜짝 등장해 드디어 완전체를 이뤘다. 고지용의 등장에 팬들은 다시 눈물을 보였다.
고지용은 “감정이 벅차오른다”며 “16년 만인 것 같은데 마지막 무대가 생각난다. 저는 제 일 하고 있고 한 가정의 아기 아빠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무한도전’을 계기로 멤버들이 왕성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고지용이 ‘커플’까지 함께한 뒤 다섯 멤버가 ‘로드파이터’와 ‘예감’, ‘너를 보내며’, ‘기사도’ 등을 부르며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이날 각지에 퍼져 있던 젝스키스의 왕년 팬들은 16년 전으로 돌아가 “젝키 짱‘, ”젝키야 사랑해“를 외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어느덧 30대가 된 팬 중에는 아이 손을 잡고 온 주부도 있었다.
젝스키스의 게릴라 공연은 ’무한도전‘이 지난겨울 1990년대 복고 열풍을 일으킨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의 대히트 이후 ’토토가‘ 시즌2의 하나로 마련됐다. 애초 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사전에 노출되면서 일정이 취소됐고, 일주일 만에 다시 비밀리에 게릴라 공연을 준비했다.
젝스키스는 H.O.T가 등장한 이듬해인 1997년 1집 ’학원별곡‘으로 데뷔해 H.O.T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 5월 공식 해체까지 ’학원별곡‘, ’폼생폼사‘, ’연정‘, ’커플‘, ’예감' 등을 히트시키며 소녀 팬들의 우상으로 군림했으며, 그간 팬들의 재결성 요청이 쇄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