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패니시 나이츠 (Spanish Nights)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철권통치 시절 스페인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조국을 등졌다. 기타리스트 셀레도니오 로메로도 195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클래식 기타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셀레도니오의 둘째 아들 페페 로메로(68)가 조국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새 앨범을 내놓았다.
“그곳의 공기에는 꽃향기와 거리 행상의 노래가 섞여 있었다.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망이 금지돼 있었지만, 예술을 통해 표현됐다.”는 게 그의 기억 속에 남은 스페인이다. 페데리코 모레노 토로바의 ‘소나티네’ ‘녹투르노’, 호아킨 로드리고의 ‘세 개의 스페인풍 소품’, 아버지가 작곡한 마드릴레냐 모음곡 1번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곡들을 트랙에 빼곡하게 담았다. 한 번도 스페인에 발을 딛지 않았더라도 로메로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드리드의 여름 밤공기를 떠올리게 된다. 절대 과시하지 않고 절제한다. 그런데도 플라멩코 춤사위를 보듯 화려하고 우아하다. 때로는 익살스럽지만, 또 다른 곡에서는 내공을 가득 실어 음공(音攻)을 펼치는 무협고수처럼 웅혼한 힘이 넘친다. 유니버설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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