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감독과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배우 송강호·고아성 외에는 다국적군이다. 크리스 에번스와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옥타비아 스펜서가 탑승했다. 책임투자는 CJ E&M이다. 순제작비만 4000만 달러(약 429억원)에 이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할 바 아니지만, 한국영화 사상 가장 큰 뭉칫돈이 들어갔다. 지난 7월 체코에서 촬영을 끝냈고, 내년 3월까지 후반작업을 한다. 여름 성수기 북미와 동시개봉한다.
권력기관의 부패를 질근질근 씹었던 ‘부당거래’(2010)로 물오른 연출력을 뽐낸 류승완 감독은 3년 만에 스파이 액션물로 돌아온다. 각자 한 편의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하정우와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을 캐스팅, 기대치를 끌어올린 ‘베를린’은 1월 31일 개봉한다. 국적도 지문도 없어 ‘고스트’로 불리는 비밀요원 하정우가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기고 살아가던 중 음모에 휘말린다는 게 영화의 얼개다. 냉전의 최전방이던 첩보원의 도시 베를린에서 서로 표적이 된 4명의 비밀요원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웃돈다. 최근 공개된 30초짜리 예고편에선 확실히 돈을 쓴 티가 난다.
‘미녀는 괴로워’(356만명) ‘국가대표’(848만명)의 김용화 감독은 4년을 공들인 3차원(3D) 영화 ‘미스터 고 3D’로 7월 중순 복귀한다. 허영만 화백의 인기만화 ‘제7구단’이 원작이다. 프로야구판에 들어온 고릴라 용병 ‘미스터 고’와 매니저로 나선 중국 지린성 롱파서커스단 소녀 웨이웨이(쉬자오)가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휴먼 스포츠 드라마다. 성패는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의 골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저처럼 가상 캐릭터를 얼마나 실감 나게 묘사해내느냐에 달렸다. 김 감독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무후무한 극사실적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명제를 갖고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등 투자배급사 중 가장 많은 3편의 1000만 영화를 만들어낸 쇼박스는 ‘미스터 고 3D’로 역대 1위 ‘아바타’를 뛰어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순제작비 225억원을 투입, ‘7광구’에 이어 한국 영화사상 두 번째로 풀 3D 영상에 도전한다. 기획단계에서 중국 화이브라더스가 500만 달러를 투자한 덕에 중국에서 자국영화로 분류돼 동시 개봉한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설국열차’와의 ‘장외 맞대결’도 흥미롭다.
데뷔작 ‘과속스캔들’(435만명)과 후속작 ‘써니’(736만명) 모두 대박이 터지면서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강형철 감독도 하반기에 복귀한다. 강 감독의 복귀작 ‘타자 2부: 신의 손’ 또한 허 화백 만화를 원작으로 뒀다. 684만명을 동원한 ‘타짜’는 허 화백의 4부작 만화 중 ‘1부 지리산 작두’를 최동훈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 ‘2부 신의 손’은 주인공 함대길이 1부 주인공 김곤(고니)의 외조카란 점을 빼놓고는 연결고리가 없다. 강 감독은 최근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고 프리(pre) 프러덕션에 들어갔다. 캐스팅은 미정이다.
충무로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집단주연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1990~2000년대에 걸쳐 최고 흥행사로 군림했던 강우석 감독은 신작 ‘전설의 주먹’으로 명예회복을 벼른다. 지난해 ‘글러브’(188만명)로 자존심을 구겼지만, 좀처럼 두 편 연속 실패하는 법이 없는 강 감독인 만큼 기대치는 높다. 유명 싸움꾼들을 찾아내 최강을 놓고 겨루게 하는 TV 프로그램 ‘전설의 주먹’에서 25년전 자웅을 겨뤘던 세 명의 주먹이 다시 만나 못다 한 승부를 가리는 액션 드라마다.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지닌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이 공동주연을 맡았다.
2월 말 개봉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40~50대를 대표하는 최민식과 황정민, 이정재를 내세웠다.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이정재)와 그의 정체를 모른 채 친형제처럼 아끼는 조직의 2인자(황정민), 잠입 수사작전을 설계한 경찰 강 과장(최민식) 사이에서 엇갈린 음모와 배신, 의리를 다룬 느와르 액션물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 느와르 액션 장르에서 작가로 탁월한 솜씨를 보였던 박훈정이 각본·연출을 맡았다. 연출 데뷔작 ‘혈투’(2011)의 실패를 만회할지도 궁금하다. NEW가 배급한다.
이 밖에 경찰 비밀조직과 무장 강도집단의 대결을 그린 조의석·김병서 감독의 범죄액션 ‘감시’(설경구·정우성·한효주)와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한 사극 ‘관상’(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또한 집단주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