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세 여성감독 중 한 명인 마렌 아데 감독이 선보인 ‘토니 에르트만’이 외신과 평론가들의 호평 속에 황금종려상 후보작으로 떠올랐다.
‘토니 에르트만’은 장난기가 넘치는 아버지가 일밖에 모르는 딸의 일터에 깜짝 방문해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린 영화다.
중년의 학교 음악 선생인 윈프리드(페터 시모니쉐크)는 부인과 이혼하고 늙은 개를 벗 삼아 산다.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가 왔다는 소식에 전처 집에 찾아갔으나 딸은 일 때문에 통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윈프리드는 딸에게 작별인사도 못한 채 그곳을 나온다.
어느 날 삶의 동반자인 애완견이 죽자 윈프리드는 딸이 일하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여행을 떠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코미디가 시작된다. 단발의 가발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틀니를 낀 채 이네스 주위를 맴돈다.
이네스는 그런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면서도 내치지 못하고 자신이 일하는 곳에 데리고 다닌다.
윈프리드는 딸이 컨설팅회사에 일하는 것에 빗대어 자신은 인생을 컨설팅해주는 토니 에르트만이라고 딸 주변의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예상치 못한 윈프리드의 기행과 그런 아버지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는 딸의 모습이 묘한 조합을 이뤄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기괴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코믹한 이야기 덕분에 2시간 40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영화는 그러면서도 일 중독, 직장 내 성차별, 유럽연합내 경제적 격차 등의 문제를 두루 건드리고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성찰도 요구한다.
윈프리드는 딸에게 말한다. 재미있게 살라고, 잠시 멈춰 서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살라고.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 독일 여성 감독의 영화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세계 각국의 13개 매체가 참여한 스크린 데일리의 평가에서는 4점 만점에 3.8점을 받아 경쟁 부문 영화 중 1위에 올랐다.
프랑스 평론가 15명이 참여한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가에서는 4점 만점에 2.9점으로 역시 가장 높다. 평론가 네 명에게서는 만점을 받기도 했다.
아직 영화제 초반이어서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토니 에르트만’이 현재 분위기상 황금종려상에 가장 근접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렌 아데는 2009년 ‘에브리원 엘스’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적이 있으나 칸과의 인연은 아직 없다.
이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게 되면 유독 여성 감독에게 인색한 칸 영화제의 이변으로 기록되게 된다.
칸 역사상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 감독은 호주 출신의 제인 캠피온이 유일하다. 그는 1993년 ‘피아노’로 최고 영예를 받았으나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와의 공동 수상이었다.
마렌 아데의 수상이 이뤄지면 독일 영화로서도 영광이다.
독일 영화는 1984년 빔 벤더스 감독이 ‘파리, 텍사스’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래 30여년간 좋은 소식이 없었다.
특히 2008년 빔 벤더스의 ‘팔레르모 슈팅’ 이후 경쟁 부문에 초청조차 받지 못했다.
영화제 남은 기간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짐 자무시 등 거장 감독의 영화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마렌 아데가 이들 감독의 도전을 견디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