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환씨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중1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해남 시골마을 허름한 집에서 소년 가장으로 여동생 둘을 키웠다. 생계 유지를 위해 일찍부터 자동차 정비 일에 뛰어들었다. 두 손은 늘 검은 기름때로 얼룩졌다.
기환씨는 부모 없이 자란 외로움을 결혼 후 다복한 가정으로 위로받고 싶었다. 보경씨는 그런 남편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어 하나둘 낳았는데 어느새 8남매가 됐다. 기환씨는 주·야간 밤낮없이 자동차 생산현장에서 근무하지만 집에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는 ‘열혈 아빠’다.
보경씨는 25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크게 부족함 없이 자란 보경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 자신이 싫어졌다. 그런데 남편은 ‘내 직장, 내 집, 내 자식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았다. 그런 남편을 보며 행복의 기준이 점차 달라졌다. 이제는 ‘가지 많은 나무가 열매도 많다’는 무한 긍정 속에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24~28일 오전 7시 50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