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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모바일 등 디지털 기반으로 100% 사전 제작·中 공동 제작의 ‘힘’

KBS ‘태양의 후예’를 필두로 한류 드라마 3.0시대가 활짝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3의 한류 드라마 열풍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공동 제작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중국 당국은 10여년 전 ‘대장금’, ‘겨울연가’ 등으로 대륙에 처음 한류 열풍이 불었을 때 한국 드라마의 TV 방영을 거의 금지시켰다. 하지만 2년 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 아이치이를 통해 방영돼 40억뷰를 기록하며 제2의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인터넷은 사전 검열 등 규제가 덜하고 한국에서 방영된 뒤 1~2시간 뒤면 중국어로 번역돼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경제 효과는 3조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중국의 심의기관인 광전총국은 인터넷으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사전 심의를 요구하면서 2차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중국에 경쟁적으로 팔려 나가던 한국 드라마의 판권도 3분의1로 뚝 떨어지고 이렇다 할 한류 드라마도 나오지 않자 문의가 빗발치던 중국 기업들의 간접광고(PPL) 및 협찬 제의도 잦아들었다.

하지만 사전 제작으로 중국의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한 ‘태양의 후예’가 ‘별그대’를 넘는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2년 만에 한류 드라마 3.0시대를 열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한 것은 2차 한류 열풍과 비슷하지만 100% 사전 제작을 기반으로 중국과 공동 제작의 고리가 더욱 탄탄해졌다.

‘태양의 후예’는 2~3개월에 걸친 중국 사전 심의를 거쳐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한·중 동시 방영을 시작했다. 군인에 대한 비슷한 정서,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가슴 설레는 멜로는 대륙의 팬들까지 접수했다.

‘별그대’에 이어 ‘태양의 후예’까지 독점 계약한 아이치이는 유료 회원 수가 50% 가까이 급증했고 최소 350억원이 넘는 수입을 벌어들였다. 드라마는 27개국에 팔렸고 제작사인 NEW에 53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 중국의 화책미디어도 상당한 수익이 예상된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태앙의 후예’가 한·중 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로 새로운 한류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제3의 한류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대장금’ 이영애의 11년 만의 복귀작인 ‘사임당-더 허스토리’도 하반기 한·중 동시 방영을 목표로 사전 제작에 한창이다. 홍콩 엠퍼러그룹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은 합작 드라마로 중국 방영권이 회당 27만 달러에 팔렸다. 25만 달러에 팔린 ‘태양의 후예’보다 높다. 이 드라마는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도 판권 판매가 이미 완료된 상태다.

한편 ‘태양의 후예’가 일본에 회당 10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한·일 외교 문제로 급속하게 냉각됐던 일본 내 한류에도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또 한류 스타 장근석이 출연하는 SBS 드라마 ‘대박’은 일본에 회당 15만 달러에 판매됐다. 총 24부작인 드라마 전체 판매가는 360만 달러로 약 42억원에 달한다. ‘대박’은 5월부터 일본의 한류 방송인 KNTV를 통해 본방송을 시작한다.

앞으로도 제3의 한류 열풍을 이어 갈 만한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태양의 후예’를 쓴 김은숙 작가의 전작 ‘상속자들’로 중국에서 인기 상종가인 김우빈과 한류 스타 이민호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수지가 주인공을 맡은 KBS ‘함부로 애틋하게’는 오는 6월 29일 한·중 동시 방영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보보경심:려’도 기대작이다. 이준기, 아이유, 강하늘, 홍종현, 엑소의 백현 등 인기 스타들이 오는 9월 한·중 동시 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최근 홍콩에서 팬미팅을 가진 박서준과 아이돌 출신 박형식이 주연을 맡은 사극 ‘화랑:더 비기닝’도 100% 사전 제작으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중 콘텐츠 제작사인 MOK그룹의 목지원 대표는 “중국 자본이 투입돼 치밀하게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태양의 후예’가 성공을 거둔 이후 중국에서 한류 스타를 섭외한 드라마 제작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며 “중국 인터넷 플랫폼 및 제작사들도 한국 드라마 제작진 영입에 나서는 등 현지에서 한류 드라마 붐이 다시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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