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는 가상의 지역 우르크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설정 하에 군인, 의사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휴먼 멜로 드라마다. 화려한 스케일과 스타 작가 김은숙 그리고 톱스타 송중기·송혜교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태양의 후예’는 방송 후 출연배우들은 물론 OST까지 연일 화제다.
이런 가운데 또 한 명의 배우가 ‘태양의 후예’를 통해 시청자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바로 이이경(강군 역)이다. 이이경은 17일 8회에서 색깔 있는 감정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강군은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건물 안에 매몰됐다. 의사 이치훈(온유)이 강군이 매몰된 곳으로 들어왔지만 갑자기 여진이 시작됐다. 강군이 살려달라 외쳤지만 이치훈은 겁에 질려 “미안해요”라고 외치며 현장에서 도망쳤다. 다행히 이치훈의 구조 요청으로 강군의 생존과 위치가 파악됐고, 유시진(송중기)과 서대영(진구)은 강군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강군의 위기는 계속됐다. 잠시 서대영이 현장을 빠져나간 사이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탐욕에 휩싸인 진소장(조재윤)이 레미콘으로 땅을 팠기 때문이다.
다시금 무너져 내린 건물. 강군과 유시진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고, 서대영이 달려와 목숨을 구해줬다.
매몰된 현장에서 빠져 나온 강군은 이치훈과 마주했다. 강군은 죄책감에 흔들리는 이치훈을 뒤로 한 채 아픈 몸을 이끌고 고반장을 찾아 나섰다. 고반장은 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늘 아버지처럼 강군을 챙겨주던 사람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세상을 떠났다.
강군은 사망자 명단에서 고반장의 이름을 발견했다. 강군은 “망할 영감. 안전모 쓰면 산다며. 그래서 난 살았는데.. 처음으로 말 잘 들었는데.. 이러는 게 어딨냐고”라고 외치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강군의 얼굴은 순간 복받쳐 흐르는 눈물로 얼룩졌다.
이날 이이경은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매몰현장에서 죽음을 앞두고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거나, 송중기와 장난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안도감과 미소를 선사했다. 순수하면서 나른한 말투 역시 ‘강군’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가장 돋보인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감정 연기였다. 아버지처럼 생각하던 사람의 죽음. 그것을 안 청년의 처절하고도 서러운 오열은 안방극장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와 함께 배우로서 이이경의 잠재력과 존재감 역시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를 통해 깜짝 놀랄 존재감을 발휘한 이이경이 배우로서 향후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주목된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