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에서 그는 홍일점 사기꾼 인경 역을 맡아 박신양을 상대로 한차례 감각적인 베드신을 촬영했다.
극의 전개에 필요하다면 어떤 파격적인 연기에도 과감하게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는 염정아다.
그러나 이번 베드신과 관련해 감독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가슴 노출만은 싫다는 생각을 전했다.
진작부터 감독도 베드신을 강도 높게 묘사할 의사가 없었던 터라 결국 염정아는 속옷을 입은 채 짜릿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선에서 순조롭게 촬영을 끝냈다.
성격이 화통하기로 유명한 그가 가슴 노출에 대해서만은 까다롭게 군 이유는 9년 전의 아픈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95년에 출연했던 ‘테러리스트’에서 염정아는 한차례 가슴 노출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장면은 극의 흐름과 무관하게 적나라한 사진 한컷으로 세간에 공개되면서 선정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본의가 왜곡되는 상황에서 염정아는 큰 상처를 받았다. 이후 4년 동안 영화와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됐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듯 염정아는 “영화사에 찾아가 사진이 유출된 경위를 묻고 나서는 밤새워 기절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씁쓸해했다.
염정아는 99년 ‘텔미썸딩’으로 영화계에 복귀한 뒤 ‘H’, ‘장화, 홍련’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충무로에서 가장 기대되는 여배우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작품과 감독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가슴 노출은 두려운 일로 남아 있다.
5명의 전문사기꾼이 한국은행 및 동료를 상대로 속고 속이는 두뇌게임을 벌이는 코믹스릴러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다음달 15부터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조재원기자 j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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