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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거리가 3천400여km에 달한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이곳에서는 최신 한국 드라마, 영화와 가요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도(州都)인 임팔에서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DVD, 한국 가요 CD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미용실에는 머리모양을 따라 하고픈 한국 연예인들의 얼굴 사진이 줄줄이 붙어 있다.
감비르 시장에 즐비한 옷가게들에 들어서면 스키니진을 비롯해 한국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옷들이 보인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익숙해진 마니푸르 젊은이들은 이제 학교 운동장이나 시장 같은 곳에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와 같은 한국말을 주고받는 게 유행처럼 돼버렸다.
AFP 통신과 만난 아크샤야 롱잠(14)은 “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한국어 표현을 연습하고 한국에서 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롱잠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매우 재미나고 거기 나오는 사람도 모두 잘생겼다면서 한국 연예인 가운데 빅뱅의 지드래곤을 가장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볼리우드’라고까지 불리는 인도의 지방에서 한국 콘텐츠가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배경에는 힌디어 콘텐츠를 접할 수 없는 마니푸르만의 사정이 있다.
인도로부터 독립을 주장해온 마니푸르의 혁명인민전선(RPF) 등은 2000년 힌디어가 마니푸르 사람들을 인도화하고 전통문화를 말살한다는 주장을 펴며 모든 힌디어 콘텐츠 방영 금지를 선언했다.
콘텐츠가 바닥난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24시간 영어로 지원되는 한국 아리랑 TV와 KBS 월드를 찾았고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자연스레 퍼져 나갔다.
넉넉지 못한 마니푸르의 경제사정도 한류열풍에 일조했다.
마니푸르의 대학생 소마 리쉬람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니푸르에서의 일상을 잊을 수 있다”라면서 “여기는 물, 전기, 도로 그 밖에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한국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환상의 세계 같다”고 털어놓았다.
문화적 유사성도 어느 정도 작용해 마니푸르 젊은이들이 ‘꽃보다 남자’와 같은 로맨스물에 열광하는 사이 보수적 성향의 어른들은 한국 가족연속극을 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자와할랄 네루 대학의 한 연구원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보여주는 주제나 등장인물이 마니푸르의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 모두에게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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