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꺾기도’를 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이 말을 흥얼거리게 된다.
말과 동작으로 상대를 어이없게 만들어 무력화하는 신종 무술 ‘꺾기도’는 팔짱을 끼고 앉았던 시청자들마저 무장해제시킨다.
23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난 ‘꺾기도’ 출연진은 유치한 개그지만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악당 쌍두사로 출연하는 이상민은 “어린이들 좋아하라고 짠 코너인데 어른들이 더 좋아하더라”며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꺾기도’ 고수 역의 김준호는 “유치하고 어이없어 오히려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의미부여하는 걸 싫어하는 어른도 있다”고 맞장구쳤다.
’꺾기도’의 탄생은 ‘개그콘서트’ 시청층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김준호는 “풍자와 시사를 다루다 보니 주시청층이 20-30대로 올라가면서 4-12세를 등한시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이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개그를 짜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개그맨인 이상호와 이상민이 처음에 ‘춤추는 개그’를 만들었지만 김준호가 가볍게 던진 말장난이 계기가 되어 ‘유치한 개그’로 방향을 틀었다. 우연히 ‘꺾기도’의 틀이 완성된 셈이다.
”개그들이 다 장난하다 나와요. 놀면서 짜는 코너가 잘 됩니다. 개그 불문율이 쉽게 짜면 빵 터지고 한 달 동안 고민해서 하면 무대에서 망한다는 겁니다. 쉽게 짜야 쉽게 웃음이 나오고, 어렵게 짜는 만큼 해석하기 어려워서 웃음이 잘 안 나와요.(김준호)”
뒤늦게 합류한 조윤호는 좋아하는 선배들과 같이해서 정말 좋다며 “매번 코너를 할 때마다 중간등장이었는데 여기서는 처음부터 나오니까 편집될 부분이 없다”며 웃었다.
’꺾기도’는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았다. 대사들은 순식간에 인기 검색어가 됐고, 이들의 개그 동영상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상호는 “개학을 앞두고 선생님이 걱정하신다고 들었다. 개학하면 애들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부리~’할까봐”라며 인기를 실감하는 듯했다.
가장 고참인 김준호는 앞장서서 말장난하고 우스꽝스런 동작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이제 서른여덟 살인데 가끔 하면서 소름이 돋기는 한다. 그렇지만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김대희와 함께 ‘개그콘서트’의 최고참인 그는 자신의 장수 비결로 ‘나대지 않기’를 꼽았다.
”너무 ‘톱’으로 가면 안 됩니다. 적당히 선을 유지하면서 너무 많다 싶으면 알아서 코너를 줄입니다. 젖은 낙엽처럼 붙어 있는 거죠.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공부했기 때문에 유행을 따라가며 패러디 연기를 계속 했어요. 제가 늙었는데 트렌드를 맞춰야 개그가 싱싱해 보이잖아요.”
김준호는 최근 프로스포츠 승부 조작 연루 개그맨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전에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만큼 그를 관련 개그맨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관련 기사가 나온 날 전화가 500통이 왔다. 열심히 하려면 다시 나를 못살게 구는 어쩔 수 없는 내 과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자신은 확실히 아니라며 “나는 서서 하는 구기 종목을 싫어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준호는 각종 루머에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개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개콘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일요일을 만들고 싶다”며 “꺾기도가 ‘어이없다’ ‘유치하다’는 반응이 있는데 재미없다는 사람들까지 따라 하게끔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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