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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7집 ‘누군가를 위한,’ 발매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다시 봄이 오기 전에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음유시인 루시드폴(40)의 정규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의 타이틀곡 ‘아직, 있다.’의 노랫말을 접하는 순간 그가 무엇을 노래하는지 금세 깨닫게 된다. 대번에 가슴이 아려온다. 이러한 감정은 처음 작곡했다는 피아노 솔로곡인 ‘집까지 무사히’, ‘4월의 춤’ 등으로 전이된다. ‘4월의 춤’은 제주 4·3항쟁까지 겹쳐 보인다. 앨범과 몇몇 노래 제목, 또 제목에 일부러 찍어놓은 쉼표조차 허투루 비치지 않는다. 2009년 말 발표한 4집 ‘레 미제라블’에 담긴 노래 ‘평범한 사람’을 통해 용산 참사를 보듬었던 루시드폴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루시드폴은 지난해 제주도로 이주해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제주 농민들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며 귤을 많이 먹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br>안테나뮤직 제공
●“2년에 한 번은 삶의 고민을 앨범으로 내고파”

15일 앨범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아직, 있다.’를 부른 루시드폴은 그런데, “현실에서 어떤 모티브를 받아 쓰게 됐다는 그런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며 “각자 자신만의 관점으로 듣고 해석해주면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듣는 분들의 느낌이 그런 거라면 맞을 것”이라며 “이 노래를 쓸 때 굉장히 많이 울었다”고 했다.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앨범을 내려 한다는 루시드폴은 그간 자신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삶의 기록물이 바로 앨범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TV홈쇼핑에 출연해 귤 모양의 탈을 쓰고 노래하는 장면.<br>CJ오쇼핑 캡처
●직접 쓴 동화 ‘푸른 연꽃’ 묶어 총 15곡 선보여

고해상도(24~32bit/96㎑)로 녹음·믹싱하며 음악적인 욕심까지 한껏 부려봤다는 이번 앨범은 상당히 특이하게 구성됐다. 단편소설집 ‘무국적 요리’,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번역서 ‘부다페스트’ 등을 내놓은 작가이기도 한 루시드폴은 직접 쓴 동화 ‘푸른 연꽃’을 앨범과 묶었다. 또 동화를 위한 사운드트랙 5곡까지 합쳐 앨범에 모두 15곡을 실었다. 동화는 지난해 제주도로 이주해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동화 읽어주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달았고, 이후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그 아쉬움을 동화 창작으로 달랬다는 것이다.

●한정판 앨범 홈쇼핑 9분 만에 매진 ‘화제’

최근 루시드폴은 음악 시장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 ‘완판남’으로 화제를 불렀다. 평소 방송 활동은 안 하기로 유명한 그는 소속사 안테나뮤직의 대표인 유희열과 새 앨범을 TV홈쇼핑으로 소개해보자는 발칙한 작당을 했다. 직접 재배한 감귤 1㎏과 신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 등을 묶은 한정판 패키지 1000세트는 9분여 만에 동이 났다. 수차례 퇴짜를 맞은 끝에 성사됐는데 예상치 못한 ‘대박’을 쳤다고. 이후 홈쇼핑 채널 쪽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루시드폴은 “밤늦게까지 포장하느라 힘들었다”고 웃으며 “얼마나 팔릴지가 아니라 진심이 왜곡될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유쾌하고 재미있게 봐줘서 안도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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