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로 그는 지난해 알앤비(R&B) 싱어송라이터 딘을 데뷔시켰다. 딘은 음악적인 역량과 세련된 보컬로 신세대 음악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으며 단기간에 ‘대세’로 떠올랐다.
줌바스뮤직의 미국 지사인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 중인 신혁이 10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한 그에게 목표를 또 이뤘다고 하자 “방향성은 계속 바뀌는데 당시 프로듀서이자 제작자로서 한국에서도 1등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딘에게 포커스를 맞췄다”며 “올해는 다시 한 번 내 곡으로 빌보드차트 10위권에 진입하고 싶다”고 다음 걸음을 제시했다.
그가 목표를 하나씩 이뤄내며 승부욕을 보여준 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가수로 데뷔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차트에 오르겠다는 중학교 시절의 꿈을 이루고자 2005년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학업보다는 작곡에 매진했고 그가 공동 작곡한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원 레스 론리 걸’(One less lonely girl)이 2009년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 100’ 16위에 오르며 꿈을 이뤘다. 한국인 작곡가가 만든 팝스타의 노래가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한 건 처음이었다. 성취감을 맛보기까지 데모 CD를 들고 무작정 뉴욕의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이후 감각적인 작곡가에 목마른 K팝 시장이 주목했고 그는 2011년 틴탑의 ‘수파 러브’(Supa Love)를 시작으로 샤이니의 ‘드림 걸’(Dream Girl), 엑소의 ‘으르렁’, 빅스의 ‘저주인형’ 등 해외 시장에서도 화력이 강한 K팝 그룹의 다양한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줌바스뮤직에서 데뷔시킨 딘은 여느 아이돌 그룹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획사의 주입식 트레이닝 대신 원석을 찾아 프로듀싱팀으로 함께 활동했고 자작곡 앨범을 내도록 이끌었다.
신혁은 딘의 성공적인 활동에 대해 “프로듀싱 능력뿐 아니라 목소리와 외모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자평하며 K팝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K팝 시장이 아이돌화되면서 자기복제처럼 비슷한 형태의 콘텐츠가 나왔잖아요. 아이돌도 다른 장르에 대한 역량이 분명히 있고, K팝 팬들도 언젠가 지칠 때가 올 것이니 ‘한국의 아델, 어셔’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선두주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이 좋아할 음악이 전제지만 프로듀서로서 K팝의 다양화에 대한 소신이 있어요.”
그는 ‘여자 딘’ 등 현재 육성 중인 신인들을 위해 다른 회사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할 계획이 있으며 공동 작업을 확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신 줌바스뮤직은 프로듀싱 레이블로 장점을 더욱 강화할 복안이다.
그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도 고려했는데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며 “돈을 덜 벌더라도 내가 잘하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게 더 가치 있다. 음악 비즈니스의 본질은 좋은 곡이며 가장 중요한 것도 시장에서 가치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블의 방향성에 맞춰 자신은 5년 이내에 미국에서 톱 프로듀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백스트리트보이즈의 프로듀서 맥스 마틴을 존경해 빌보드 입성의 꿈을 키운 그는 “여전히 나의 롤 모델은 맥스 마틴”이라며 “그는 테일러 스위프트, 아라아나 그란데 등과 작업하며 2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맥스 마틴과 작업하고 싶은 소망도 하나씩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퀸시 존스, 맥스 마틴의 전곡을 들어보며 음악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그들이 어떻게 정상까지 올랐는지 배울 게 많다”고 웃었다. 눈에 띄는 국내 뮤지션으로 엠넷 ‘쇼미더머니 5’ 우승자인 래퍼 비와이를 꼽으며 “긍정적인 가사과 탄탄한 랩 플로우(흐름)를 보면서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나도 반성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작업해둔 몇백 곡이 있어요. 하지만 양보다 질에 집중할 겁니다. 영화감독이 스토리 라인, 배우의 연기 등을 최상으로 조율할 때 좋은 작품이 나오듯이 음악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죠. 트랙을 찍어 멜로디만 붙이는 게 아니라 5분짜리 곡 안에서 사운드와 곡이 전개되는 구성까지 디자인해야 하죠.”
그를 중심으로 미국 지사에서 함께 작업하는 팀은 비트·멜로디 메이커 등의 작곡가들과 엔지니어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약점을 보완해야 할 경우 해외 작곡가와 컬래버레이션(협업)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타이밍과 운이 따라줬다”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회사를 설립한 지 5년 됐는데 ‘으르렁’의 히트와 딘의 성공이 성장에 큰 몫을 했죠. 하지만 저스틴 비버이든, K팝 가수와의 만남이든 한번 올 운과 타이밍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을 때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