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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로 제2 전성기 맞은 개그맨 박수홍 인터뷰

클럽·탈색… 반듯한 이미지 벗고 매력 대방출
밀려드는 섭외에 행복… 어머니 덕에 더 인기
아직 자유 원해… 운명의 짝 만나면 언제든 콜

“제가 나이도 많고 인기도 없어서 마지막 패를 까는 느낌으로 클럽 출입기를 보여 드렸는데 그게 터질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누구나 인생의 파도가 있는데 제게는 지금이 좋은 일이 밀려드는 때인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연예인다운 과로는 해본 적이 없거든요. 너무 행복하죠. 다 어머니 덕인 것 같아요.”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을 본 뒤 인기고 뭐고 담배부터 끊으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새해부터 효도의 의미로 금연을 했다는 박수홍은 “산이 높으면 그늘이 길듯이 가파르게 올라간 인기는 오래 못 간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요즘 매니저인 형이 한 집안에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다고 말하는데, 물론 뜨는 해는 어머니이고 지는 해는 나”라면서 웃었다.<br>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박수홍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개그맨 박수홍(47). 반짝 그칠 것 같았던 그의 인기는 새해에도 굳건하다. 10년 만에 지상파 MC로 복귀한 것을 비롯해 한때 총 9개까지 진행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신규 프로의 출연 제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두세 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가 인기를 얻게 된 건 ‘개그계의 신사’로 불릴 만큼 반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불혹이 넘는 나이에 클럽을 출입하고 머리를 탈색하는 등 반전 매력을 보여 주면서부터다. 그의 어머니 지인숙 여사가 아들의 일탈을 보면서 연신 내뱉는 “쟤가 왜 그럴까앙”이란 말은 어느덧 유행어가 됐다.

“원래 저희 어머니가 부끄러움도 많고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신데 지금 보니 방송이 아주 적성에 딱 맞으신 것 같아요. 제가 십수년을 해도 안 되던 유행어를 여럿 만드셨으니까요. 첫 녹화 날 어머니가 긴장해서 멘트를 몇 번씩 NG를 내시는 바람에 손을 꼭 잡아 드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식당에서 어머니를 알아보고 밥을 그냥 주시는 분도 있고 목욕탕에서도 어머니를 안아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으시대요.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오신 게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뻐요.”

처음 아들의 일탈을 마주한 어머니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냐, 반항하는 거냐’라고 물을 정도였다. 아들은 “어머니가 사실적인 얘기도 재미있게 잘하고 애교도 많으신데,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는 면이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웃었다.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콘테스트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그는 공개 코미디 ‘유머 1번지’, ‘한바탕 웃음으로’, ‘코미디 전망대’ 등에 출연했지만 주로 반듯한 교양 MC로 활동했다.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스물아홉 살까지 온 가족이 단칸방에서 모여 살았고, 27년 동안 일주일 이상 놀아본 적이 없어요. 비정규직이라서 방송 출연이 끊어지는 것이 걱정도 됐고 빚을 갚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절벽 위에 서서 일하는 심정으로 살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노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고 배부른 행동 같았죠. 그러다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회의가 들었고 클럽에도 가고 음악 페스티벌에도 가면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접하고 또 다른 제 모습을 보게 된 거죠.”

이제 형은 매니저로, 동생은 어엿한 방송 작가로 자리를 잡은 만큼 희생이라는 굴레를 벗고 자신의 행복을 고민하게 됐다는 박수홍. 하지만 치솟는 인기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클럽에 가도 예전처럼 편하게 즐길 수 없고 인터넷에서 악플을 볼 때면 마음이 괴롭다. 특히 최근 MBC 라디오(95.9㎒) ‘최유라, 박수홍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하차한 배경을 둘러싸고 TV 출연이나 돈 때문에 그만뒀다는, 사실과는 다른 오해가 불거져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인기가 없을 때는 저를 무시하는 사람이 보였는데, 잘되니까 질투하고 시기하는 사람들이 보이네요. 하지만 제 주변을 더 잘 챙기는 계기로 삼아야죠. 저희 어머니의 철학이 ‘후회하고 살지 마라’, ‘세상엔 공짜가 없다’예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스스로 더 행복해지려구요.”

그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결혼’이다. 김국진, 김용만 등 선배 개그맨들이 일하는 사람과는 사적인 관계를 맺지 말라고 한 충고를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그는 그간 단 한번의 스캔들도 없었다. 웨딩업체를 운영하다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는 그는 “사랑이 결혼이 아닌 전쟁으로 가는 경우를 종종 봤다”면서 “배려심이 많고 함께 있으면 편하고 착한 여성이 이상형이지만 자유롭게 살다가 운명적인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취미든 인간관계든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그의 요즘 화두는 자유다.

“다트 게임 기계를 사고 어디로 여행을 갈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내 삶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전자음악(EDM) ‘쏘리 맘’ 앨범도 내고 싶고, 연기도 해 보고 싶고, 오디션 프로그램 MC도 해 보고 싶구요. 인기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한 경험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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