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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벽 깨고 폭풍성장한 괴물 래퍼 이영지

다른 랩 네임 없이 이름 석 자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이영지는 “래퍼 이영지와 사람 이영지가 크게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소성이 있어 오히려 더 잘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5명을 꼽을 때 그 안에 들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br>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다른 랩 네임 없이 이름 석 자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이영지는 “래퍼 이영지와 사람 이영지가 크게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소성이 있어 오히려 더 잘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5명을 꼽을 때 그 안에 들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승부욕이 정말 센 편이에요. 지고 싶지 않아 랩도 열심히 연습하고, 같이 공연하는 언니들을 제가 닦달할 때도 있어요.”

묵직한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풍 같은 랩과 18세 여고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능숙한 무대. 지난해 서바이벌 ‘고등래퍼3’에서 최연소이자 첫 여성 우승자로 힙합계에 발을 들인 이영지는 1년 사이 선배들과 1대1로 대결해도 손색없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최근 엠넷 ‘굿 걸’에서는 ‘고등래퍼3’ 멘토였던 래퍼 기리보이를 꺾었고, MBC 웹 예능 ‘힙합걸즈’에서는 특유의 발랄함과 개그 감각까지 뽐낸다.

●너무 많이 떠들어서 생긴 허스키한 목소리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영지는 “혼자 무대에 오르면 부담이 크다”며 “언니들의 믿음에 부응하고 이기고 싶은 마음에 연습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고등래퍼3’에서 폭풍 성장한 것, ‘굿 걸’에서 든든한 막내가 된 것도 쉬는 시간까지 연습으로 채우는 노력 덕분이다.

한번 들으면 귀에 꽂히는 허스키한 톤도 타고난 게 아니다. “너무 많이 떠들어서 만들어진 후천적인 목소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래 목소리는 얇았는데, 친구들이랑 떠들다 보니 목이 계속 쉬었고 그게 굳어져 이런 목소리가 됐단다. 이영지는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많이 혼나기도 했는데 나는 내 목소리가 좋았다”며 “큰 울림통에서 나오는 발성 덕분에 공연장에서도 목소리가 비트를 뚫고 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언니들에게 접근

9명의 선배와 협업하는 ‘굿 걸’에서도 특유의 ‘인싸력’(친화력)을 발휘한다. “외동딸이어서 밖에서 친구를 만드는 게 익숙하고 원래 성격도 밝아요. 처음부터 틀에 갇히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새 학기에 친구를 처음 만나는 느낌으로 언니들에게 다가갔어요.”

남성 비율이 높은 힙합신에서 보기 드문 여고생 래퍼인 그는 10~20대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디스’나 혐오가 아닌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한 가사가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이영지는 “제가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쑥스러워하면서도 “혐오는 잘못된 것이니 그렇게 할 생각과 의지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혐오로 들리거나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저도 실수를 할 수 있으니, 가사는 제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려고 해요.”
1학년 때 출연한 ‘고등래퍼3’에서 이영지는 예상을 깨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상금 1000만원 중 600만원은 작업실 장비를 마련하는 데, 나머지는 친구들에게 밥을 사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데 썼다고 한다.<br>엠넷 제공
1학년 때 출연한 ‘고등래퍼3’에서 이영지는 예상을 깨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상금 1000만원 중 600만원은 작업실 장비를 마련하는 데, 나머지는 친구들에게 밥을 사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데 썼다고 한다.
엠넷 제공
●코로나로 고생하는 친구들 힘냈으면

지난 1년간 음악을 듣는 태도도 변했다. 전에는 듣고 싶은 음악만 들었지만, 지금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다양하게 듣고 대중이 원하는 요소를 찾는다. 가족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그는 “엄마랑 할머니가 ‘TV에 영지가 나오니 신기하다’고 하신다”면서 “크게 티는 내지 않으시는데, 집에 있으면 계속 제 노래를 틀긴 하신다”며 밝게 웃었다.

친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내비쳤다. “학교에 가끔 가는데 친구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중학교 때는 메르스 때문에 고생하고, 지금은 코로나19로 너무 힘들어하거든요. 그 친구들에게도 제 목소리가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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