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 도망치던 유 부장. 그러나 어느 순간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환상인가 현실인가 헷갈리는 순간. 주차장을 벗어나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유 부장을 육중한 트럭이 와서 부딪친다.
이어 “어디서 잘못된 걸까”라는 독백과 함께 화면은 한 달 전 일상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서 오려낸 듯한 이 장면은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의 도입부다.
11년째 주말마다 기발한 에피소드와 유쾌한 재담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온 MBC TV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번에는 정통 연기에 도전했다.
덕분에 직장인들의 애환을 유쾌한 콩트로 담아내 온 ‘무한상사’가 이번에는 스릴러 영화로 바뀌었다.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TV 드라마 ‘시그널’, ‘싸인’, ‘유령’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인기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영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하나둘 의문의 죽임을 당하는 회사 동료들의 비밀을 파헤치던 유 부장이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평소 어리숙하기만 했던 부하 직원인 정 과장, 하 사원 등이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는 이야기다.
극 초반부터 조여오는 긴장감이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물 같지만, 중간중간 무한도전 멤버들의 익숙한 코믹 연기가 극을 적당하게 이완시킨다.
유능하지만 잔소리 심한 유 부장(유재석 분)부터, 유부장 선배지만 만년 2인자로화를 잘 내는 박 차장(박명수), 눈치없고 어리숙한 정 과장(정준하), 유부장만 바라보는 하 사원(하하), 수뇌부가 뽑은 신입 황 사원(황광희), 하버드대학 방문판매학과 출신 양 과장(양세형)까지 무한상사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평소 모자란 역할을 해온 정 과장이 동료들을 이끌고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설정이 의외다.
무한상사 전편에서 회장 아들로 후계자 수업 중인 권 전무 역할을 맡았던 가수 지드래곤(권지용)도 역할을 이어간다.
여기에 이제훈, 김혜수, 손종학, 김희원, 전미선, 김원해, 전석호, 신동미, 안미나, 쿠니무라 준 등 쟁쟁한 국내외 연기자들이 가세해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스릴러 수사 드라마 ‘시그널’과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인기 드라마 ‘미생’에서 모티브를 차용해온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시그널’의 주인공인 이제훈, 김혜수와 ‘미생’에 출연했던 손종학, 김희원, 김원해, 전석호 등이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 속에 놓인다.
형사역을 맡은 이제훈은 지난 3일 방송된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첫 편에서 경찰서로 찾아와 일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 과장과 하 사원을 안심시켜 돌려보낸 뒤 어딘가로 전화해 “귀찮은 파리떼가 꼬였다”고 얘기하는 반전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곡성’에 출연한 일본 노배우 쿠니무라 준은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쥔 일본인 바이어 마키상으로 나온다.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첫 편은 쿠니무라 준이 서재 벽면에 붙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2011년 ‘무한도전’의 봄 야유회 편에서 출반한 ‘무한상사’는 ‘무한도전’을 대표하는 특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한상사’는 그동안 평범한 직장인들이 매일 사무실에 직면하게 되는 권력관계를 예리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냄으로써 공감이 가는 웃음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롭게 시도된 ‘무한상사’는 콩트에서 코믹 스릴러물로 장르를 전환하면서 가벼운 웃음을 조금 덜어내는 대신 메시지를 강화한 느낌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4일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을 선보인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전국 15.7%, 서울 14.7%로 평소보다 높은 편이다.
2부작으로 구성된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의 두 번째 이야기는 오는 10일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연합뉴스